매일신문

[막걸리]막걸리 칵테일

막걸리의 변신은 무죄

막걸리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1960~80년대에 서민의 술로 사랑받으며 큰 인기를 누렸던 막걸리. 이후 맥주와 소주에 자리를 내어 주며 쇠락했다가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불황에 강하다던 소주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유독 막걸리 소비량은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막걸리 연간 출고량은 2002년 12만9천㎘로 바닥을 친 이래 2007년 17만1천㎘, 2008년 17만6천㎘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지갑이 얇아진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막걸리의 소비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일본에서 불어온 한류열풍과 막걸리 칵테일의 등장 등 무한 변신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불어온 막걸리 열풍

일본에서는 요즘 우리나라 전통 막걸리인 '마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가 인기다. 실제 연간 막걸리 수출량은 지난해 5천457㎘로 2004년 2천245㎘의 두배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들이 막걸리를 찾아 마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저렴하고 맛있고 건강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본 여성들을 중심으로 막걸리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일본 내에서도 한국 막걸리를 구비해 놓은 음식점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또한 일본여성들이 막걸리의 본고장인 한국을 찾으면서 대형 마트에서 "마코리, 마코리" 하며 막걸리를 고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백화점이나 호텔까지 막걸리 판매에 동참해 젊은 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소비층을 넓혀가던 국내 막걸리 시장에도 탄력을 불어넣었다.

분명 막걸리의 중흥은 시작됐다. 다만 일본으로 수출하는 우리 막걸리를 담은 상자에는 일본식 발음인 '마코리'라고 적혀있고 미국 유력 신문은 '밀키 사케'(우윳빛 나는 청주)라고 표현하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막걸리라는 우리 이름으로 세계 속에서 당당히 서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막걸리 칵테일 유행

막걸리는 이제 허름한 막걸리집에서 왕소금과 돼지껍데기 등 간단한 안주로 대포 한잔 즐기는 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20, 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 막걸리 마니아가 늘면서 막걸리의 변신이 시작되고 있다.

여성들이 마시는 막걸리와 아저씨들이 즐겨찾는 '대포 한잔'의 성분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 막걸리가 그 막걸리다. 다만 담는 그릇과 마시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일명 '막걸리 칵테일'이 유행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사발에 담아 '~위하여'를 외치며 마시지는 않는다. 칵테일 잔에 막걸리와 생과일 주스를 담아 단숨에 들이켜는 게 아니라 홀짝홀짝 마신다. 딸기'키위'복숭아'포도'파인애플'유자'블루베리 등 각종 생과일이 빚어내는 빨강'노랑'보라 등 천연색의 막걸리 칵테일이 젊은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얼핏 보면 주스처럼 보이지만 막걸리를 마시는지, 주스를 마시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부드럽고 숙취가 없어 더욱 매력적이다. 제조 방법은 간단하다. 막걸리에 일정량의 생과일 주스 등을 붓고 잘 섞어주면 된다. 저마다의 취향에 맞춰 색다른 맛을 느낄 뿐이다.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맛과 시큼한 냄새를 없애 젊은 여성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웰빙 막걸리도 인기다. 수삼'꿀 등을 막걸리에 섞어 마시면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맛도 없애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 대학가 주점에서 만난 이지현(21'대학생)씨는 "달달한 맛이 가미된 꿀 막걸리는 마시기에도 좋고 술을 잘 못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막걸리 변신이'막사'(막걸리+사이다)나 '맥탁'(맥주+탁주) 정도였다면 막걸리 칵테일의 등장 등 앞으로의 막걸리 진화는 무궁무진하며, 그 변신은 무죄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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