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경북은 뭘 믿고 느긋한가

대구시나 경북도가 내놓는 경제 발전 계획의 성공을 확신하는 밑바닥에는 영남권 신공항이 전제돼 있다. 대구경북이 공동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물론 독자적으로 계획하는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그린에너지벨트 등은 모두 인천국제공항을 통하지 않고도 우리가 세계와 바로 교류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신공항이 있다는 기본 구도하에 진행되고 있다.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으면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상품을 내다 팔기도 어려워 결국 지역 발전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구시나 경북도의 움직임과 부산의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 도대체 국제공항을 우리가 목표로 하는 지역에 유치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부산은 시청은 물론 시의회, 학계, 경제계, 시민단체가 총망라돼 영남권 신공항을 '제2 허브공항'으로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시의 물밑 후원 아래 2개의 시민단체가 만들어져 부산 가덕도 유치 당위성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활동 범위도 부산시민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상공회의소회장이 나서서 전국을 대상으로 한 매체에 직접 기고를 하고, 학자들이 나서서 전문가 그룹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이제 특정지역을 떠나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거시적 명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방공항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내륙공항이 되면 적자를 보는 또 하나의 지방공항이 된다는 의미)를 냉철하게 되새기고 지역의 이익보다는 국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 놀라운 일이다. 당초 내세운 그들의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는 다른 논리 개발에 나섰고 이것을 신공항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다듬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최근 부산시의회가 주최한 '동북아 제2 허브공항 부산시민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5월 중순 기자가 본란에 쓴 '영남권 신공항이 성공하려면' 주제의 칼럼을 보고 의회에서 토론자로 초청을 한 것이다. 기자는 그때 칼럼에서 "부산의 몽니가 해도 너무 심하다. 그렇지만 부산을 빼고 다른 4개 시도만 신공항을 추진할 수 없으니 부산의 논리를 뛰어넘는, 밀양에 건설하는 것이 부산에 더 큰 이득이 된다는 점을 부산시민들에게 설득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부산은 의회가 직접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대구와 경남의 언론을 특별히 초청, 반대 목소리를 들었다. 어디 부산이 반대 논리를 수용하기 위해 그렇게 했겠는가. 명분 쌓기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전국에 보임으로써 부산 가덕도공항의 당위성을 간접 부각시키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방자치단체나 의회 차원의 노력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토론회 한 번 제대로 연 적이 없다. 신공항이 인근에 만들어지면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경제계도 움직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본인 돈을 써가며 나서야 할 터인데도 대구시와 경북도만 쳐다보고 있다. 그나마 활동을 하는 것은 대구경북연구원 정도다.

물론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실무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면 천만다행이지만 적어도 기자가 파악한 바로는 그게 아니다. 시장과 도지사는 연설무대에 서기만 하면 영남권 신공항을 강조하지만 현재로선 그것뿐이다.

부산을 제쳐두고 나머지 영남권 4개 시도만으로 신공항이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대구경북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산의 의도대로 가덕도 신공항이 만들어질 수도 없다. 그러면 영남권 1천200만 시도민의 숙원은 무산되고 마는 것이다. 이는 영남권신공항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수도권 및 많은 중앙정부 관료들에게 공항 불가 빌미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이라도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그러려면 부산과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 합의는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부산이 주장하는 가장 큰 요지는 '24시간 공항' '안전한 공항'이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게 불가능하면 공항 입지로 자격이 없다. 5개 시도가 나서서 검증을 중앙정부에 맡기자. 아니면 믿을 수 있는 외국기관이라도 불러오자. 그 결과를 갖고 신공항 문제를 빨리 매듭 짓자. 그래야 대구경북, 나아가 영남이 산다.

최정암(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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