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영남학원이 22일 정식재단 이사장을 선임하면서 영남대가 20년간의 임시이사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도약의 닻을 올리게 됐다. 영남대 동문 입장이기도 하지만 선장 없이 20여년간 망망대해를 떠다니던 배가 이젠 세계 속의 지방 중심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좌표를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학교 구성원이나 지역적으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임시이사의 정식재단 체제로의 전환에 긍정적 의사를 표시해온 70% 이상의 대학 구성원 및 동창회 등 관계자들이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주인 없이 방치됐던 세월 동안 직선 총장들은 선거 때 한 공약 이행이나 득표관련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인재 양성이나 대학 경쟁력 제고보다는 교수 등의 근무환경 개선 쪽에 더 치중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몇 년 새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건물 리모델링(중앙도서관 등)과 신축공사(천마아트센터 등) 등은 '릴레이'경기처럼 벌어져 학교 재정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완공한 천마아트센터는 시멘트 수분이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위치 선정이 잘못 됐다. 돈을 들인 만큼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뿐 아니다. 영남대 임시이사 체제 동안 영남대병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편의관'은 어떠한가. 영남대병원는 매년 재정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대형식당과 금융기관'편의점 등을 둔 멀티플렉스, '편의관'의 임차인은 영남대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 상당한 영리를 취해 "영남대병원으로 인한 돈을 다 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것도 학교의 주인이 없는 동안 학교 측 관계자와 편의관 건축주 간 잘못된 계약에 의해 병원이 가져와야할 수익을 개인에게 송두리째 넘겨준 셈이다.
임시이사 체제에 있는 지역의 다른 대학의 경우도 학내'외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대학재정 고갈 등 학교운영에 상당한 문제점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 전문대는 일부 교수가 학과 폐지를 막기 위해 연초에 친'인척 등을 동원해 등록 학생 20명을 채웠다가는 등록금을 환불 조치하는 등으로 과를 유지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고 학교 측 관계자가 전했다. 학생 모집 당시 지원생이 20명에 못미칠 경우 폐과돼 교수 자신이 일자리를 잃기 때문에 온갖 방법을 써 20명을 유지시키고는 과의 존속 결정이 나면 환불을 해가든 안 해가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
학교에 주인, 즉 정식재단이 있다면 이 같은 웃지 못할 일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학과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학생을 늘리는 경영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독일의 한 주간지가 '세금 낭비가 불륜(不倫)보다도 정치인에게 더 치명적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한 것을 되씹어볼 만하다.
무릇 집에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 주인이 지키지 않는 집은 퇴락하기 쉽고, 주인이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돌보며 손질하지 않으면 역시 집 구실을 하지 못하고 만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진짜 주인은 바로 학생'이라는 바른 주인 정신을 가진 재단에다 학교의 진짜 주인인 교수와 학생들 스스로가 확실한 주인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학교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 졸업생들이 '취업'이라는 상품으로 잘 팔려 나가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황재성 주간매일 취재부장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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