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도 사고 팔고 … "어쩌다 이지경까지"

미혼모-불임부부 간 인터넷서 '불법 매매'

대학생 A(21)씨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뒤 출산일이 임박해오자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아이를 대신 키워주실 분을 찾으며, 약간의 경제적 보상을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며칠 뒤 낯선 남성에게서 연락이 왔다. "직접 입양하는 게 아니고 개별 입양을 대행해주고 있다"는 그는 "양부모는 경남에 사는 믿을 만한 부부인데, 출산에 드는 병원비 전액과 산후조리비 명목으로 200만원가량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A씨는 뒤늦게 아기를 되찾아 왔다. 아기를 넘겨준 뒤 한참이 지나도록 약속했던 돈이 입금되지 않았고, 남자친구가 그 사실을 알고는 펄쩍 뛰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한 전문입양기관의 도움으로 아기를 입양할 가정을 찾아냈고 아기를 되돌려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낼 수 있었다. 지역 한 전문입양기관 관계자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아기를 사고판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성문화의 개방으로 미혼모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암암리에 '아기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불임 등의 이유로 아이를 원하지만 낳을 수 없는 부부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미혼모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문입양시설에서 아이를 입양할 경우 아이의 입양기록이 남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다, 입양기관의 까다로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입양까지의 기다림을 참지 못한 일부 입양 가정의 편법이 불법 '아기 매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상에는 "경제적인 보상을 원하니 아기를 달라는 부부가 있다"는 10대 미혼모의 상담글이나 "개인적으로 입양을 원하고 있다. 사례는 충분히 할 테니 관심 있는 미혼모는 쪽지를 보내달라"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가입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아기 매매'를 중개해주는 개별입양 카페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혼모와 아기를 원하는 부부를 연결해주는 '중간 브로커'까지 활개를 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구 홀트아동복지회 미혼모 시설 '사랑뜰' 황운용 원장은 "과거 입양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시절에는 병원에서 아기를 원하는 불임부부와 미혼모의 개별 입양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만 들었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아기를 사고파는 충격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며 "미혼모와 불임 부부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간 브로커까지 등장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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