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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의 여담女談] '개룡남'은 싫다?

요즈음 미혼 여성들 사이에 '개룡남' 이야기가 화제다. 개천에서 용 난 남자를 일컫는 '개룡남'을 여성들이 결혼 상대로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사'자 붙은 남편감으로 '인기짱'이었겠지만 이젠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싫단다.

20, 30대 미혼 여성들이 개룡남을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까다로운 성격 때문이다. 어려운 과거에서 비롯된 열등감과 역경을 이겨냈다는 오만함이 뒤섞여 결코 편하지 않은 상대라고 한다. 개룡남들의 지극한 효심도 싫단다. 그들은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마음의 빚이 크다. 그래서 결혼하면 '효도 용역'을 강요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개룡남들은 집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자라서인지 가사일이나 집안 대소사를 분담하는 습성이 되어있지 않아 외조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성공한 여성들이 개룡남을 기피하는 이유다.

개룡남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 가족들에 있다. 시댁의 어려운 경제 여건과 성공한 아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 심리가 결혼 생활에 걸림돌로 작용할게 뻔하다는 생각이다. 매 달 목돈을 시댁 식구 앞으로 보내다 보면 겉만 번지르르 할 뿐 실속이 없고 이것 또한 언제까지 해야할 지 막막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개천으로 끌려들어갈 위험성마저 있다고 여긴다.

한마디로 개룡남들은 얻는 것보다 주어야 할게 더 많은 결혼 상대다. 그래서 싫단다. 지극히 이기적인 결혼관이다. 결혼은 했으되 남편 이외의 남편 가족들과 엮이고 싶지 않고, 주기보다는 받기만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개룡남들은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시댁과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싫고 이기적이므로 피하고 싶다는 소리다.

전문직이 예전같이 부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도 개룡남의 매력을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다. 그리고 편하게 살고 싶다는 여성들의 심리도 한몫 한다. 잘 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 고생 몸 고생하는 결혼 생활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잘난 사람들 끼리끼리하는 '그들만의 결혼' 도 개룡남을 기피하는 요인이다.

개룡남이 싫다는 여성들의 소리는 다소 과장될 수도 있겠고 모든 여성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는 좀 질린다. "개룡남 중 특히 경상도 출신의 '개룡남'은 인기가 더 없다. 시어머니의 과도한 요구와 간섭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댁이 서울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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