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오른 박주영 고차원 '무심의 슛'…남미팀에 10년만에 승리

허정무호 평가전, 파라과이에 1대0

박주영(24·AS모나코)이 비수처럼 날카로운 오른발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출발은 한국 축구의 대들보 기성용(20·FC서울)의 발끝이었다. 후반 '조커'로 투입된 이승현(24·부산 아이파크)은 한발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측면으로 끌어냈다. 단 세 번의 패스는 상대의 수비를 완벽하게 무너뜨리며 득점까지 낚아냈고, 남미 축구의 공포심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38분 박주영의 통쾌한 결승골로 1대0,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한국이 남미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1999년 3월 서울에서 치른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1대0으로 이긴 이후 10년 만이다.

박주영의 물오른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후반 이동국과 교체된 박주영은 38분 이승현이 왼쪽 돌파에 이은 슛이 골키퍼 손을 맞고 흘러나오자 먹이를 눈앞에 둔 맹수처럼 달려들어 강슛, 골망을 갈랐다. 특히 박주영은 골키퍼와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간파한 뒤 이들의 반대편인 골대 오른쪽을 향해 침착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슈팅을 작렬시켰다. 골을 기록한 박주영은 이동국(30·전북 현대)까지 가세하면서 대표팀 공격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앞서 기성용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승현의 움직임을 읽고, 과감하면서도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날 평가전에서 수비진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경기 초반 왼쪽부터 이영표(32·알힐랄)-이정수(29·교토)-조용형(27·제주 유나이티드)-오범석(25·울산 현대)으로 포백 라인을 세운 한국은 상대 공격을 적절하게 차단, 위기를 사전에 막아냈다. 중앙 미드필더 김정우(27·성남 일화), 조원희(26·위건)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후반전 주인공이 박주영이었다면 전반전에는 2년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동국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이근호(24·이와타)와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전반 45분 내내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 26분 김치우가 페널티지역 인근에서 찬 프리킥을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헤딩슛을 날렸지만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날카로운 움직임이 드러나지 못했고, 수비에 가담하려는 의욕은 좋았지만 효과적인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특히 후반 자신을 대신해 교체 멤버로 들어간 박주영이 골을 기록하면서 이동국은 상대적으로 인색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짜릿한 승리를 거뒀지만 조직력에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미드필드 지역과 상대 골대 지역에서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효과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못했다. 왼쪽의 이영표와 오른쪽의 오범석이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 돌파를 시도했지만 공격진에게 제대로 볼이 공급되지 못했다. 전반에 이동국과 이근호 투톱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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