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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골프장 계곡의 전래 명칭은 '느패골'이다. 그리 오르면 '느패재'라는 주능선 위 고개에 도달된다. 등산객들 사이에 '신령재'로 잘못 통해져 온 바로 그 안부다. 그 재를 넘어서면 곧장 은해사 계곡이다. 느패재선 걸어서 30분 내에 풍광으로 이름난 은해사 '중암암'에 갈 수 있다. 터널을 뚫어 자동차로 달린다면 대구 공산과 영천 청통(은해사)이 불과 몇 분 내 연결될 수 있을 정도다.

은해사는 대구와 이렇게 가깝지만 많은 사람들의 인식은 그 반대다. 팔공산은 멀다고 생각 않는 사람들조차 은해사는 너무 멀어 한다. 이미 팔공산에 들어선 등산객들이라면 사정이 다를 터인데도 그들 또한 주능선 넘길 겁낸다. 은해사 쪽 절경들을 즐기고 공산동 버스 승강장까지 왕복하는 데 총 6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선입견에 질린 것이다. 팔공산이 주로 대구 쪽만 북적거릴 뿐 그 너머는 한산하기 일쑤였던 이유다.

그렇던 은해사 계곡 등산 풍경이 근래 완전히 달라졌다.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물론 대구 쪽에서 넘어간 사람들이 아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경산 갓바위골 선본사 진입로 중간에서 접근하는 등산로가 히트 친 결과다. 선본사로 운전해 올라가다 도중에 만나는 '감나무집 식당'이 그 유명해진 새 등산 출발점이다. 거기서 20여 분이면 경산(갓바위골)과 영천(은해사골)을 경계 짓는 산줄기 위 고개에 쉽게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그 고개서 좌회전해 시 경계 산줄기를 따라 오르면 금세 전망 확 트이는 묘봉에 닿고, 다시 얼마 뒤면 느패재 옆 '은해봉'(가칭)에 닿는다. 골프장 뒤 주능선이 이토록 쉽게 접근되는 것이다. 반대로 고개서 우회전해 산줄기를 걸어 내려가면 곧바로 분위기가 너무도 편안한 기기암에 도달한다. 또 고개서 직진하면 20여 분 만에 중암암에 도달할 수 있다. 고개∼묘봉∼은해봉∼중암암∼고개 같은 절묘한 環縱走(환종주) 코스가 저절로 여럿 형성되는 것이다.

은해사 계곡 등산객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동력은 물론 새 등산로의 발달이고, 그걸 가능케 한 건 그 아래 새로 만들어진 무료 공영주차장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의 위력이 얼마만 한지 실감케 하는 작으면서도 큰 사례인 셈이다. 여러 지방들의 '숙원 사업'이라는 게 대부분 SOC 건설인 사연이 저절로 짐작된다. 그런 SOC 투자를 줄이고 돈을 4대 강 사업에 돌린다는 말이 나돌아 소동이 벌어져 있는 중이다. 어떻게 풀지 두고 볼 일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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