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부모의 역할

동네 공원에서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그의 아버지가 배드민턴을 함께 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들이 공을 잘 못 받자, 아버지는 "그것도 못 받나! 바보같이!"라고 계속 화를 냈다. 그런데 그 옆에서는 만 5세쯤 되어 보이는 아이도 아버지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그 아버지는 공을 잘 받지 못하는 아들이 열심히 공을 쫓다가 간신히 공을 받으면 "그래! 잘한다!"는 칭찬을 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아주는 자상하고 친절한 그 아버지야말로 자식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명한 아버지이다. 작은 성공의 기쁨을 경험해 보아야만 큰 성공도 이룰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자상한 아버지로부터 신뢰를 쌓게 되어 장차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자녀에게 용기와 사랑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부모는 자녀가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더 큰 세상을 탐색하고 모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시각이 부정적이면 아이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자식에게 배드민턴을 잘 못 친다고 질책하는 아버지는 부모-자식 간 진정한 애정과 '믿음' '친밀감'을 잃게 하고 있으며, 자식에게 좌절감과 분노의 감정으로 몰고 가게 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아버지로 인해 30년 동안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온 한 남성은 자신이 어릴 때 학교에서 항상 1등하지 못하면 아버지가 욕실에 가둬놓고 대못을 박아버린 채 며칠 동안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아무것도 못 먹게 했다고 한다. 그때 어머니는 밖에서 울고만 있었다고 하면서 결국 그런 남편과 한평생 함께 살지 못하고 오래전에 별거했다고 한다. 그는 사춘기 때 아버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고 지금도 아버지가 용서가 안 된다고 하면서 아버지와의 관계는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라며 괴로워했다.

이처럼 자식을 혼내며 협박하는 무서운 아버지는 자식이 평생 동안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도록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자아는 유아기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되어 사춘기 때에 자아 주체성을 통합하며 그 후에 성숙하여 더욱 확고하게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가 약한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협박하거나 지나치게 무섭게 처벌하게 되면 자아에 결함이 생겨 스스로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게 되어 부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부모에게는 자녀가 이 세상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효숙 경북대 보건복지학부 외래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