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대구 체육공원 암벽등반장'을 찾아서

이 여름, 우리는 암벽을 오른다

"지금은 워킹의 시대이지만 조금만 있으면 클라이밍의 시대가 도래할 거예요. 절대 위험하지 않습니다. 등반자와 확보자의 2인 1조로 이루어지는 스포츠기에 협동심까지 기를 수 있죠."

17일 오후 8시. 대낮처럼 환한 조명으로 인해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망망대해에 노란색 섬 하나가 떠있는 듯하다. 대구스타디움 인근에 마련된 대구체육공원 암벽등반장. 이곳엔 벌써 서른명 남짓한 회원들이 로프와 슬링, 카라비너를 이용해 인공암벽을 오르고 있다. 인공암벽 위에서 잽싸게 손과 발을 놀려대는 등반자의 이마는 땀으로 흥건하다. 손에 로프를 꽉 쥐어 잡은 채 등반자의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확보자의 시선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열치열이라고 해야 하나. 오르는 이는 땀으로 흥건하지만, 보는 이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온몸이 한기로 움츠러든다. 대구등산학교 암벽반을 졸업하면 자연스레 다음 코스로 찾게 된다는 이곳은 그야말로 등산애호가들의 천국이다.

대구시 북구 복현동에서 이곳을 매일 찾는다는 서용석(48)씨는 인공암벽을 넘어 자연암벽 마니아다. "인공암벽에 익숙해진 이들은 자연스레 자연암벽으로 넘어가게 되죠. 저는 매달 2회 정도 지인들과 함께 거창이나 설악산 등 자연암벽코스가 마련된 곳을 찾습니다." 그에게 자연암벽등반의 매력에 대해 물어본다. "그건 뭐니 뭐니 해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바라보는 주위 풍광이죠. 기암절벽 사이를 오르다 보면 일반인들은 볼 수 없는 숨은 비경이 눈앞에 펼쳐지곤 하죠. 그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간간이 초등학생들도 눈에 띈다. 성인 못지않은 속도로 암벽을 오르는 서완(복현초교 6학년)군은 "이곳에 오면 정상을 정복했다는 기쁨과 함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 버려요"라며 주위 회원들을 향해 연방 파이팅을 외친다.

여자분들은 좀 힘들지 않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김진호(54)씨는 "보세요. 저기 있는 여자분, 너무 쉽게 오르잖아요. 일반 직벽 코스는 어느 정도의 다리근력만 있으면 충분히 오를 수 있어요. 특히 다이어트를 원하시는 여자분들에게는 강추입니다. 뱃살이 있으면 아예 오를 수 없으니까요"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인터뷰를 끝내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암벽등반에 열중인 회원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기본장비만 해도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는 김씨의 말에 어깨가 약간 움츠러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여름, 한번쯤 도전해 봄직한 매력적인 스포츠임에는 틀림없다.

글·사진 우광훈 시민기자 ilban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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