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남교의 일본어 원류 산책-34] 고지키(こじき)

'거짓말'은 '거지의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거지'는 일본말로 '고지키'(こじき), '거짓'은 '고지쓰케'(こじつけ)로 '억지로 갖다 붙인다'는 뜻이다. 거지가 목표도 없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껄렁껄렁한다'고 해서 '껄렁이, 걸렁뱅이, 거렁뱅이'라는 말이 파생되는데, 이 '껄렁이'도 일본으로 건너가 '고로쓰키'(ころつき)가 되었다.

고대 도래인들의 상층구조는 일본역사의 중추인 황실을 비롯한 상층문화를 형성한 반면, 그 당시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닌 집시류도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똑같은 거지라고 해도 한국과 일본의 거지는 크게 다르다.

한국은 거지하면 사람들한테 구걸하고 누군가의 동정심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일본의 거지는 절대로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넝마주이를 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한다. '홈리스'라고 부르는 이들은 대개 역구내나 공원 등에서 생활을 하지만, 그래도 저마다 자기 생계를 위해 나름대로 몇시간씩 일한다.

시내 환락가 등지를 돌아다니며 깡통을 모으던지, 버린 가전제품을 뜯어 구리 같은 것을 수집해서 팔든지 하는 것이다. 단지 공원 등의 전봇대에서 전기 정도를 공짜로 따서 음식을 데워 먹거나 하는 정도이지, 자기 노력도 없이 무작정 도와달라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벌리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것도 정많은 한국인과 냉정한 일본인이 만들어낸 '거지상'이 아닐까?

어쨌든 돈 못벌고 빌어먹는 게 거지인데, 돈을 '벌다'라는 말은 일본어로는 '모우케루'(儲る)로, '벌다'와 '모우케루'의 두말이 합쳐져서 '왕창벌다'라는 뜻의 '보루모우케'(金儲け)라는 말이 생겨난다. 그리고 악착같은 것을 우리는 '악바리'라고 하는데,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면 '요쿠바리'(欲ばり) 즉 '욕심쟁이'가 되고, 멍청한 '바보'는 '파'(パぁ) 또는 '아호'(阿保)라는 말로 된다. 철이 안들어 '철없다'는 '초로이'(ちょろい), '얼간이'는 '어리석다'라는 의미의 '오로카'(愚か)로 남아 있다.

일본사람들이 순일본어인 줄 착각하는 '게시카랑'(けしからん)도 역시 한국어의 '괘씸하다'에서 간 것이니 일본어는 어원은 하나같이 그 뿌리를 한국어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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