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혁신과 개방적 자세

지난정부 이래 지역정책의 틀이 변화하면서 지역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역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였으나, 이제 지역이 보다 주도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게 되었다.

최근 입지 선정이 결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 역시 비록 중앙정부에서 기본적인 구상을 마련하였으나, 지역에서 기획한 내용을 토대로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입지 선정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지역정책의 방향이 크게 바뀐 데에는 세계적으로 경쟁의 공간적 단위가 국가에서 지역으로 변화하면서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정부에서는 지역혁신이 강조되었으며, 현 정부에서도 혁신을 포함한 종합적 지역발전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는 광역경제권 정책으로 공간의 확대를 통한 정책의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겠다는 것이다.

광역시도 단위의 행정구역이라는 틀이 규모의 경제를 막고 정책의 중복성과 비효율성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인식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혁신이 필요하며, 지역 간 또는 혁신주체 간 연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이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매우 힘들다. 현재 지역발전 5개년계획과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이 수립되면서 지역 간 연계강화 사업이 강조되고 있으나, 지역 자율적으로 구상하여 제출된 사업의 내용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연계 강화를 위한 각종 유인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 선정이나 향후 계획되어 있는 연구개발특구 선정,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에 포함된 사업들의 선정 등에 있어서도 지역 간 연계 강화가 중요시될 것이다. 지역 간 또는 혁신주체 간 연계 강화는 혁신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이다. 현재의 과학기술 분야나 경제의 공간적 구조는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특정 지역이나 특정 부문만의 노력으로 혁신을 이루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연계 강화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지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강요된 협력은 좋은 결과를 낳기가 힘들다. 자율적 연계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개방적인 자세이다. 폐쇄적이고 막힌 자세로는 연계가 이루어지기 힘들고 혁신이 나타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최근 공직에 있는 한 지인과의 대화가 나에게는 의외이자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전국 각지에 부임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공직에 있는 지인에게 전출되어 가기 꺼리는 지역이 어디인가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은 의외로 대구라는 것이다. 말은 에둘러 표현해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그 직종군에 있는 상당수 사람들이 별로 전출되어 가고 싶지 않는 지역이 대구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 직종군 또는 특정 개인의 생각으로 무조건 수긍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으나, 사회 일각이라도 이러한 견해가 있다는 점은 의미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혁신은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지역과 지역이 연계되어 협력하면서 이루어지고 이를 위해서는 개방적 자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최근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2011년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가 예정되어 있는 등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지역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현재에도 연구개발특구 유치 사업이나 여타 다양한 지역발전사업 등이 구상되고 있다. 이러한 각종 행사나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대구시가 단순히 대구경북권의 중심도시 위치에 머물지 않고 세계 유수의 지역들과 경쟁하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남권 국제공항의 건설 등과 같은 개방화를 위한 하드웨어적인 건설사업뿐만 아니라 개방적인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구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윤기(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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