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 장복덕(54) 의원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소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별난 인생'을 살고 있다.
골프 관련 책 저자, 칼럼니스트, 시인에 이어 최근에는 포항시립연극단 정기공연 '형산강아 말해다오' 주제곡을 작사하고 자전적 내용으로 연극 제작에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포항 100년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형산강아 말해다오'는 포항 형산강을 무대로 1950년 6'25전쟁 이후부터 포항종합제철소 건설 등 산업화를 이룬 포항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장 시의원은 포항종합제철소 건설 때 형산강 하구의 직강화로 졸지에 철거민이 된 고향 딴봉마을 주민들의 애환과 추억을 회고하는 부분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형산강 하구에 살았던 것이 인연이 돼 소재 발굴을 위해 찾아온 포항시립극단 연출가 김삼일씨로부터 제의를 받고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아픔을 전달하고 싶어 연극 제작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21세 청년기에 정든 고향에서 쫓겨난 후 부모와 1남 6녀인 형제가 많다는 이유로 전세방조차 얻을 수 없어 빈민촌을 방황했던 그의 가족 이야기와, 고향을 빼앗아 간 포항종합제철소를 향한 돌팔매질과 울분을 삭였던 일화가 연극에 소개된다.
그는 연극의 주제곡인 '형산강아 말해다오'를 작사했으며 평소 고향을 그리워하며 써놓은 자작시에 곡을 붙여 연극 배경음악으로 '내고향 형산강'이란 노래를 선보였다.
이달 4일부터 이틀간 열린 연극 공연 때 빈 객석이 없을 정도로 관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자 김 연출가는 "당시 형산강 주민들의 철거과정만을 소재로 연극을 만들고 싶으니 시나리오를 맡아달라"고 제의, 장 시의원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또 "뿔뿔이 흩어졌던 딴봉마을 철거민들이 이번 공연 소식을 듣고 공연장에 찾아와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실향민의 아픔과 고향의 의미를 되새겼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번 연극으로 문학적 재능을 발휘한 장 시의원은 "다른 사람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었다"는 자신의 표현대로 그동안 독창적이고 독특한 삶의 이력을 갖고 있다. 동지상고(현 동지고) 졸업 후 대아그룹에서 부장까지 승승장구하며 평탄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39세에 돌연 사표를 던진다.
그는 "대아에서 경주CC 조성 업무를 맡으면서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져 골프관련 사업을 하고 싶어 직장문을 박차고 나왔다. 40세가 넘어 사업에 실패했을 경우 심리적 위축이 더할 것을 우려해 '아홉수'인 39세에 첫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옛날부터 '아홉수'는 불길의 징조로 받아들여져 극도로 몸가림을 해야 된다는 말들이 전해지지만 그는 도리어 새로운 인생 도전을 시작한 것. 골프용품 유통사업에 뛰어든 그는 골프연습장 문턱을 한 번도 드나들지 않고 레슨도 전혀 받지 않은 채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고 입문 1년 만에 아마추어들의 로망인 '싱글'을 달성했다.
40세이던 1995년부터 직접 겪은 골프의 경험담을 '장고'라는 필명으로 PC통신 천리안에 띄워 회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사투리와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체험담을 연재해 누리꾼들은 "속이 시원하고 너무 재미있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의 골프 글이 유명세를 타면서 2000년부터는 골프전문사이트인 골프스카이닷컴에 주 1회 골프 고정칼럼을 연재하게 된다. 천리안을 통해 확보된 고정 팬들이 모두 이곳으로 이동했고 기존 정형화된 골프 칼럼을 탈피해 흥미롭고 신선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루 7천~1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얻었고 SBS골프채널은 그를 집중 조명하는 특집방송을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출판사의 제의로 49세이던 2004년에는 그동안 연재한 칼럼을 '쪼루인생 골프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그는 "아홉수인 49세에 책 출간이라는 대형사고(?)를 쳤다"면서 웃었다. 2005년엔 '골프 1년 인생 10년'의 두 번째 골프 저서를 출간해 당시 교보문고 비소설 부문 주간베스트 5위 안에 랭크될 정도로 독자들의 관심을 얻었다.
2006년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골프 칼럼을 중단한 장 시의원은 포항의 여러 문제에 대해 지역 언론매체에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칼럼니스트로 변신했다. 현안이 생긴 현장을 발로 뛰며 문제점과 개선 대책을 제시해 장 시의원의 글은 지역사회에 반향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는 "칼럼으로 인해 파장이 만만치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가 겁나고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한다.
그의 글쓰기 원천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접한 신문을 비롯해 책'잡지 등을 닥치는 대로 읽는 엄청난 독서량이다. 지금도 신문 속에 끼여 들어오는 광고 전단지까지 샅샅이 읽는다.
"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쓰고 싶다"는 그는 그동안 기고한 칼럼 내용을 중심으로 원고 정리 작업을 하고 있으며 내년쯤 3번째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 다른 아홉수인 59세 때는 어떤 도전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평소 좋아하는 대중가요를 CD로 내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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