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주민소환투표 요건 엄격하게 제한해야

김태환 제주지사 주민소환투표 부결은 이 제도에 대한 전반적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독선이나 일방통행식 행정, 비리 등을 주민들이 직접 견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달리 주민소환제는 지역 이기주의와 님비 현상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정쟁(政爭)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지사가 주민소환투표에 회부된 건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역시 부결되긴 했지만 2007년 김황식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발의 사유도 기피시설인 광역화장장 유치였다. 둘 다 국가나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주민 전체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들 사업을 유치하면서 주민의 충분한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소환이 이뤄지면 지자체장은 인기영합주의에 빠지게 되고 국책사업은 추진이 불가능해진다.

현행 주민소환법은 소환 청구 사유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주민소환투표 남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환 청구 사유를 직무유기, 직권남용, 불법'비리 등으로 엄격히 한정하고 국가 안보나 사회 전체의 공익과 관련한 사항은 제외해야 한다.

주민소환 청구 요건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투표권자의 10%, 기초단체는 15%의 서명으로 소환투표 발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평균적으로 선거권자의 3분의 1, 미국은 4분의 1의 청구가 있어야 주민소환이 발의된다. 우리도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주민소환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주민소환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남발의 폐해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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