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京慶北高等學校同門應援團 쪽은, "잘가세요 잘있어요"를 부르며, 징을 치며, 북을 치며, 그쪽은 그쪽대로 난리다./李선배는 그쪽으로도 박수를 보낸다./무엇에든 집착하지 않는 그의 천성을 나는 매우 존경한다:그는 경쾌하고 경솔하다./그런 그가 어느 해 봄날, 반포, 그의 아파트 앞 상가 켄터키 치킨집에서/"우리 모두 가서 죽어버리자"고 울음을 터뜨렸을 때도 나는 그를 불신하진 않았다./"광주일고는 져야해! 그게 포에틱 자스티스야."/"POETIC JUSTICE요?"/"그래."……./나는 3루에서 홈으로 生還하지 못한, 배번 18번 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中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황지우 지음/문학과 지성사/127쪽/7천원
내가 해태 타이거즈를 처음 본 것은 1983년이었다. 그리고 1983년은 내가 한 정치인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제로 본 해이기도 하다. 한국 유학생들이 빽빽이 들어선 미국의 어떤 대학 강의실, 그 정치인은 다리를 쩔뚝쩔뚝 절면서 입장했다. 당시 여섯 살이었던 나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엄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가 나있지?" 1983년 해태 타이거즈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그리고 97년 마지막 우승할 때까지 아홉 차례나 '포에틱 자스티스'를 위반했다.
삼성 라이온즈 팬인 나에게 사실 그 기간은 악몽에 가까웠다. 삼성은 86, 87년도에 연달아 타이거즈에게 무릎을 꿇었다. 타이거즈의 붉은 색 유니폼과 검은 색 피부는 넘지 못할 벽같이 느껴졌다. 생환하지 못했던 5월의 18번 선수는 '무등산 폭격기'로 돌아왔다. 93년도 한국시리즈에서도 결국 배번 18번을 넘어서지 못한 라이온즈는 한풀이에 실패한다. 난 그 즈음에 처음 황지우의 시집을 읽었던 것 같다.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았던 타이거즈의 우승 행진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거짓말같이 멈춰버렸다. 타이거즈의 '잃어버린 10년' 동안 라이온즈는 5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승리했다. 이승엽은 자신의 한국 프로야구 홈런 신기록을 광주 구장 저 너머로 넘겨버렸다. 광주의 희망이었던 김진우가 그 희생양이었고, 또 다른 희망 한기주는 이승엽이 올림픽의 영웅이 되는 동안 '국민 역적'으로 몰리기도 했다. 90년대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이다.
올해 시커먼 얼굴의 기아 타이거즈는 다시 다른 팀들에게 악몽이 되어서 돌아왔다. 케임브리지에 망명했던 중년의 정치인은 이제 영면에 들었고, 김상현의 방망이는 다시 한 번 '포에틱 자스티스'를 역행한다. 그래서 나는 어디엔가 꽂아 두었던 황지우의 시집을 다시 뽑아 들었다. 시집과 활자는 낡았는데, 시는 이상하게 20년이 지나도 하나도 빛바래지 않았다.
우리도 우리들끼리/낄낄대면서/깔쭉대면서/우리의 대열을 이루며/한 세상 떼어 메고/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대한 사람 대한으로/길이 보전하세로/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주저앉는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지음/상동
박지형(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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