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익명의 독자 한 분이 신문사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70세 전후반쯤으로 보이는 이 어르신은 절대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며 210만원의 성금을 내놓으셨습니다.
이 어르신이 성금을 내놓게 되신 이유는 "지난달 14일 92세의 어머님 고 신명득 여사를 여의고 상을 치르게 됐는데 부조금이 200만원가량 남았다"며 "이를 어머니를 기리는 의미에서 좀 더 뜻깊은 일에 쓰고 싶어 신문사에 성금으로 기탁하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이 어르신은 이름은 밝히기를 꺼려하면서도 굳이 신문사로 성금을 가져온 이유에 대해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한국의 부조 문화에 대해 괜찮은 하나의 본보기를 보이고 싶었다"며 "나 한명이 시작으로 앞으로 부조금을 좀 더 의미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바램"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이 독자분은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더욱 각박해져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 적은 성금이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하는데 일조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는 경조사문화가 유독 발달해 있습니다. 생에 단 한 번뿐인 일이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벅적지근 호화스럽게, 혹은 검소하지만 한껏 마음을 담아 행사를 치러냅니다.
이 과정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부조금입니다. 남에게 부조금을 낼 때는 부담스럽지만 정작 본인이 경조사를 치르게 되면 또 이만큼 든든한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경황이 없다보니 대부분은 이 어르신처럼 타인과 사회를 위할 생각은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경사도 그렇겠지만 조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다보니 사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그리고 이후에도 한 동안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법이지요. 지금껏 기자로 생활하면서 부의금을 성금으로 내 놓는 분은 이 어르신이 처음이었습니다. 남은 부의금을 사회에 환원하며 고인의 뜻을 다시한번 기린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사회를 위해 좋은 뜻을 남겨주신 고인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어르신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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