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들 마구잡이 TV·영화세트장…예산낭비 심각

종영후 관광객 급감…건립 절차 탈법도 잦아

지방자치단체의 TV 드라마와 영화 세트장 건립 사업이 과열되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관련 법규도 지키지 않는 등 건립 절차상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지방자치단체의 드라마·영화 세트장 건립 현황'에 따르면 지자체가 자금을 지원, 건립한 전국의 드라마와 영화 오픈세트장은 34개에 달하며 그 중 지자체 지원 금액이 10억원이 넘는 세트장도 11개에 이르렀다. 특히 안동의 KBS드라마 촬영장(명성황후 등 5편)은 KBS 투자분 6억원 등 포함 총 85억8천여만원이 투자된 것으로 조사됐고, 전남 완도의 KBS 해신 드라마세트장은 150여억원, 드라마 서동요의 부여와 익산 세트장은 72억원이 투자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트장이 드라마 종영 후 관광객 급감으로 인해 수입이 감소하고 관리가 허술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등 대표적인 지자체의 예산 낭비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에서는 문경에 연개소문 세트장(시비 60억원 지원)과 태조 왕건 촬영장(5억원 지원)이 있고, 상주(드라마 상도 세트장, 2억 지원), 안동(명성황후와 대조영 등 세트장, 시비 65억8천만원과 도비 2억원 지원) 울진(폭풍속으로, 3억원 지원) 등에도 각각 드라마 세트장이 건립돼 있다.

한편 순천시의 드라마 '서울 1945' 세트장은 도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 예산을 지원해 조건부 승인 절차를 무시했고, 드라마 황진이의 양평 세트장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않고 세트장을 건설하다가 산림 훼손으로 고발당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 의원은 "수십억원을 들인 세트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곳이 많다"며 "지자체의 역사와 문화·관광 및 개발 사업 등과 체계적으로 연계해 활용도를 높여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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