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잔지바르 또는 마지막 이유

문학과 지성사 펴냄

독일 전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알프레트 안더쉬의 대표 소설이다. 배경은 나치가 모든 것을 폭압하던 1937년의 독일, 발트해의 작은 항구 레리크. 나치 정권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아 도주해야 하는 등장인물들이 우연히 모여 자유로의 도주를 이뤄내는 37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나치 정권은 '다른 자'로 불리며 철저히 배제돼 있다. 어른들의 세계가 답답하기만 한 '소년'은 자기만의 작은 비밀 장소에서 '허클베리 핀' '보물섬' '모비딕' 등을 읽으며 미지의 땅, 잔지바르로 떠나는 모험을 꿈꾼다. 소년을 견습생으로 둔 늙은 공산당원인 어부 크누트센은 패배한 당과 결별하고 싶지만, 당의 지령을 전달할 자가 나타날 것이란 소식에 불안하기만 하다. 당의 지령을 전달해야 하는 공산당 청년연맹 지도원 그레고어는 내심 공산당에 염증을 느끼고 자유로운 세계로 도주하고 싶어한다. 유대인 처녀 유디트는 살기 위해 부두에서 외국으로 도망갈 수 있는 배를 찾아야 한다. 목사 헬란더는 나치에 점령된 교회에 좌절하며, 나치가 퇴폐적 예술로 낙인찍은 조각상 '책 읽는 수도원생'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싶어한다.

자유를 상징하는 조각상의 구출이란 목표를 중심으로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이어진다. 408쪽, 1만2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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