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동로마 제국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흔적 그리고 기독교 유적들이 남아 있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수도 이스탄불을 거점으로 터키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오늘 소개할 카파도키아다.
카파도키아는 터키 중부에 위치한 아나톨리아 고원의 중심부에 자리한 대한민국 4분의 1 크기의 대규모 기암지대로 기묘한 형상을 한 바위, 적갈색의 땅, 거대한 지하도시 등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BC 5천년경 거주 시작…실크로드 중요 교역로
카파도키아는 수백만 년 전 폭발한 에르제스 산의 용암이 쌓이고 굳어져 용암층을 만들었고 그 후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풍화작용으로 침식되면서 단단한 부분만 남아 형성된 곳이다. 사람이 살기에는 혹독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지만 BC 5천년경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하였으며 BC 2천년에는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다고 알려진 히타이트 제국이 번영을 누렸다.
이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역로가 되면서 페르시아, 알렉산더, 로마, 비잔틴, 오스만 투르크 등 이름만으로도 위엄이 전해지는 강국들이 차례로 카파도키아를 점령하였으며 BC 30년 로마제국 시대에는 로마에서 파견된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에 예수가 못 박혔다. 그 후 예수의 제자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하였고 카파도키아에도 복음이 전파되었지만 당시 기독교가 인정되지 않았기에 기독교인들은 카파도키아의 지형 특성을 이용,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암벽 위나 계곡 사이에 교회 및 거주지를 만들게 된다.
313년 콘스탄티누스가 로마제국의 수도를 비잔티움(이스탄불)으로 옮기고 기독교를 공인하게 되면서 카파도키아의 복음 전파와 교회 건축은 13세기까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현재는 1924년 터키 공화국의 선포와 함께 이루어진 그리스와의 로잔협약으로 인구교환이 이루어졌고 사람들은 교회와 거주지를 남기고 떠났으며 지금은 그들이 남기고 간 교회와 프레스코화 그리고 특이한 지형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교회 밀집한 괴레메 야외 박물관
카파도키아에는 기독교인들이 종교 박해를 피해 교회와 거주지로 사용하기 위해 바위를 뚫거나
동굴을 파내려간 곳이 많은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돔 형식으로 꽤 넓게 되어 있다.
특히, 괴레메에는 200개가 넘는 교회들이 남아 있으며 이 중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는 보존이 잘 된 수 십 여개의 교회가 밀집되어 있어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바위를 파내어 만든 교회도 교회이지만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교회 내부의 벽과 천장에 그려진 예수의 일생과 성경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프레스코화이다.
유화가 개발되기 전 사용된 프레스코는 석회와 동물의 피를 이용해 그리는 벽화 화법으로 석회벽을 바른 후 마르기전에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현재 이곳에 남겨진 프레스코화들은 너무나 정교하고 훌륭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수를 비롯한 성자들의 눈동자가 다 훼손되어 있다는 점인데 눈동자가 훼손된 이유는 훗날 이 곳을 점령한 이슬람교도들에 의해서이다.
이슬람에서도 예수를 비롯해 12제자들을 존경하지만 그들의 교리에 의하면 인간은 신격화 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천사를 제외한 인물들의 눈동자를 의도적으로 훼손하였다고 한다.
#'깊은 웅덩이' 데린쿠유 지하도시
카파도키아의 또 다른 명물은 1960년대 마을의 닭이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닭을 찾기 위해 안을 파다 발굴되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깊은 웅덩이'란 뜻의 지하도시 데린쿠유이다.
지하도시 건설 시기에 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학자들은 기원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현재의 거대한 지하도시는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세력의 기독교 탄압을 피해 조금씩 확장하기 시작해 중세에 이르러 카파도키아가 실크로드의 교역로로 성장하면서 수많은 전투의 격전지가 되자 사람들이 창과 칼을 피해 지하 도시로 유입되면서 더욱 확장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데린쿠유는 지하 20층 정도의 엄청난 규모로 3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으며 미로처럼 얽힌 내부에는 교회, 학교, 식당, 우물, 침실, 부엌, 식량창고, 무기저장소, 축사, 교도소까지 갖추어져 있는데 현재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지하 55m인 8층까지만 둘러 볼 수 있다.
지하의 온도는 연중 15도에서 18도 사이를 유지하며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들여오고 지하의 오래된 공기를 배출하는 환기구도 갖추어져 있어 옛 사람들의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카파도키아에는 데린쿠유와 같은 지하도시가 30개 정도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다른 지하 도시로 이동 할 수 있는 비밀통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데린쿠유에서 10km 떨어진 카이마르크까지 마차가 지나 갈 수 있을 만한 지하 통로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는 자연이 빚어낸 신비함에 더해 굴곡 많은 역사를 거치며 남겨진 유적들이 더해진 곳으로 한 번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라면 평생 자신이 본 풍경을 잊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곳으로, 기암괴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언덕 위 카페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적인 풍경을 만끽하길 바란다.
[Tip]
◇이스탄불서 11시간 소요…야간버스 이용 효율적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까지는 버스로 11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저녁에 출발해 아침에 도착하는 야간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이스탄불에서 카이셀리나 네브쉐히르행 비행기를 타면 되고 카이셀리 방면이 항공 운항 편수가 더 많다.
◇열기구 타고 넓게 펼쳐진 기암괴석 감상
넓게 펼쳐진 기암괴석들을 한 눈에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열기구를 타는 것이다. 보통 이른 아침 해 뜰 무렵 출발해 1시간 정도 카파도키아를 둘러보게 되는데 수 십 대의 열기구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동시에 떠오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잠시 후 하늘 높이 떠올라 협곡 사이를 오가며 보게 되는 대자연이 빚어낸 풍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보통 20명이 타게 되는 열기구 투어는 현지 여행사에서 신청 할 수 있으며 여행자들에겐 꽤 비싼 금액이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투어라 여러 가이드북에서 추천하고 있다.
◇동굴집 개조한 동굴호텔 숙박 색다른 경험
카파도키아는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곳인 만큼 동굴집을 개조해 만든 동굴 호텔에서 자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동굴 호텔 뿐 아니라 동굴 레스토랑도 있으므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동굴 속에서 카파도키아의 명물인 항아리 케밥을 먹어보도록 하자.
김종욱(해외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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