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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상의 삶에서 발견하는 시적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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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김의부씨의 인생 궤적/김위숙 지음/작가 콜로퀴움 펴냄

베란다 화분에 벌이 날아들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은 붓을 들고 벌 대신 수정작업을 한다. 아내는 남편의 그 모습, 붓질하는 모양을 질투한다. 하여간 수컷들이란!

'세 포기 방울토마토 노란 꽃 밀어내면서부터/ 베란다 화분 속으로 찾아드는 남편나비/ 애인 만나러 가듯 베란다로 향하는 남편나비의 빨대/ (중략) (남편 나비는)토마토애인과 놀기를 반복한다/ (중략) 토마토의 몸꽃 노랗게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베란다의 아침저녁은 남편과 사랑을 맺느라/ (중략)남편은 오늘도 붓을 들고/ 세 여인들 치마폭 속으로 파고든다/ 한창 물오른 꽃 위로/ 일사불란하게 그녀들과 나뒹굴고 있을 때는/ 조강지처 생각은 아예 내팽개치고 없다/ 수컷들이란 다 저런 건가 봐/(하략)' -토마토 애인을 둔 나비- 중에서.

'수컷들이란!'

이 말이야말로 수컷의 행위를 고깝게 바라보는, 그럼에도 그 수컷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암컷의 언어이리라. 그러니 이 한마디에는 수컷과 암컷의 역사와 시선, 수컷의 우주와 암컷의 우주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시인은 이 한편의 시에서 꽃의 생리, 현실 속 아파트의 우울과 환희, 남편의 일상, 아내인 자신의 마음을 고스란히 한편의 원색 그림처럼 풀어낸다. 붓을 들고 토마토 꽃잎을 수정하는 남편을 보고 이럴 정도니, 제 아무리 날렵하고 미끈한 녀석일지라도 시인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도리가 없다.

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 심지어 걷는 행위, 앉는 행위, 웃는 행위, 먹는 행위, 자는 행위 등 모든 행위를 시적 언어로 본다. 그러니 시인에게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나 시적 우주다.

하긴 눈 밝은 시인이라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우주의 질서와 실재의 깊이가 있음을. 다만 우리는 좀처럼 그것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김위숙의 시는 '애써 찾는다고 보이는 것은 아니다. 드러날 때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김위숙의 시어는 우주를 담고 있다. 한마디의 위로가 토마토 모종의 생명을 살리는 받침대이고, 삼양 소고기라면의 그 짭짤한 수프는 젊은 부부의 가난과 꿈을 잉태한 우주이다. 그 짭짤하던 우주적 수프는 이제 추억까지 잉태한다. 언어란 것이 인간사와 우주를 녹여 담은 것이니 그것을 풀면 또 우주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마치 '반지'라는 언어가 영원히 변치 않을 약속을 품고 있듯 김위숙의 언어는 그렇게 세상과 사람살이를 품고 있다.)

시인은 '나이 육십은 시속 육십 킬로미터'라고 한다. 시속 육십 킬로미터? 너무 빠르다는 말인가? 그렇다, 사람이 용납하기에는 빠른 속도다. 사람 나이 육십은 그렇게 아쉽다. 그러나 그 육십 킬로의 나이는 '지나가는 노인이 손에 검은 비닐봉지 안의 파뿌리를 볼 수 있고, 나뭇잎의 제 각각 다른 색깔도 볼 수 있고, 유리창에 갇힌 부푼 욕망도 볼 줄 알고, 빨간 매니큐어 아가씨 배꼽티도 볼 줄 안다'. 나이 육십 안에 시인은 우주를 담는다.

완경기, 부부, 여름 정류장에서, 숟가락, 숲, 바람개비 등 모든 언어들은 우주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위숙의 시를 읽다 보니 '내 안에 엄청난 우주가 있음을' 알겠다. 119쪽, 7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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