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별미의 대명사는 송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구아닐산을 비롯해 단백질'지방산'무기질'비타민'칼륨'철분 등이 많이 함유된 송이는 독특한 맛과 향으로 오래전부터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올 가을에는 송이 맛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유례없는 흉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흉작'…3배 이상 급등
예년 같으면 추석을 앞두고 송이 채취가 한창이지만 올해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팔공산영농조합은 지난달 22일까지 가을송이 채취를 시작도 못했다. 팔공산영농조합 관계자는 "170만평의 송이밭을 소유하고 있지만 작황이 워나 나빠 지금까지 1kg도 수확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팔공산 인근에서 국내외 자연산 송이를 판매하고 있는 동화무역도 올가을에는 제대로 된 송이 구경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겨우 팔공산 송이 1kg을 받았으나 그나마 등외품이 50% 였다. 이길호(49) 대표는 "5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할 정도의 흉작이다. 가을 송이 채취는 백로를 기점으로 전후 3일 이내 시작돼 10월 말까지 진행되는데 앞으로 비가 50mm 이상 오지 않으면 올해 송이 농사는 사실상 끝이 났다"고 말했다.
올가을 송이가 품귀현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가뭄으로 송이 포자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 또 유례 없는 여름 송이의 풍작도 가을 송이 작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가을 송이가 나야 할 자리에 여름 송이가 나는 바람에 가을에 송이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이에 따라 송이값이 치솟고 있다. 팔공산 송이의 경우 지난달 21일 기준 1등급 1kg 소비자 가격은 83만~85만원선. 예년 추석을 앞두고 30만원 미만에서 가격이 형성된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그나마 높은 가격으로 송이를 구입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돈이 있어도 물량이 없어 송이를 사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산 송이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북한산과 중국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 북한과 중국의 가을송이 작황도 좋지 않아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현재 1등급 1kg 가격은 북한산의 경우 40만원선, 중국산은 30만원선(백두산 지역)과 17만~20만원선(운남'사천 지역)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산림조합 경매가로 가격 책정
송이 생산량은 기온과 습도에 따라 좌우된다. 매년 송이 수확량이 큰폭으로 들쭉날쭉하는 이유다. 송이의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잣대는 산림조합 경매가격이다. 경매가격이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송이의 소비자가격도 매일 등락을 거듭하고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가격은 경매가격에 수수료'인건비 등의 비용과 유통 마진을 얹으면 된다.
◆국산'북한산 구분하기 힘들어
일반인들이 국내산과 북한산을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크기'모양'색깔 등 외형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산과 북한산을 구분하는 방법은 자루 끝부분에 흙이 묻어 있으면 국내산, 깨끗이 정리되어 있으면 북한산이다. 중국산 가운데 백두산 인근에서 채취한 송이도 국내산과 구별이 어렵다. 하지만 운남'사천 등에서 생산된 중국산 송이는 일반인들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검은 색깔을 띠고 있으며 짧고 뭉턱하고 향도 국내산보다 덜하다.
북산산 송이는 우리보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청정지역에서 생산된다. 따라서 북한산 송이의 품질은 국내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품질이 뛰어나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격은 국내산의 절반 이하다. 이유는 단 하나.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채취된 송이가 국내로 들어오기까지 여러 날이 소요된다. 게다가 북한의 냉장시설도 열악해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긴 수송기간이 북한산 송이의 가격경쟁력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유의 향 즐기려면 살짝 구워 참기름장에
송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요리를 해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송이를 이용한 요리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구이다. 도톰하게 손질한 송이만을 살짝 구워 참기름 장에 찍어 먹으면 송이 특유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고기와 함께 구워 먹는 것도 널리 애용되는 방법이다. 송이는 요리 부재료로도 많이 이용된다. 밥을 짓거나 된장'전골을 끓일 때 송이를 넣으면 향긋한 송이 냄새가 음식의 품격을 더한다.
요리를 위해 송이를 손질할 때는 가급적 물에 씻지 않는 것이 좋다. 이물질 제거를 위해 물에 살짝 씻은 뒤에는 바로 물기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사용하고 남은 송이는 신문지 등으로 낱개 포장한 뒤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면 당분간 맛과 향을 보존할 수 있다.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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