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중국의 폭죽 문화

요즘 중국은 폭죽 소리로 온 동네가 요란하다. 10월 국경절과 추석이 겹친 8일간의 이번 황금 연휴에도 폭죽 소리는 어김이 없다. 중국 사람들은 유난히 폭죽을 좋아한다. 많지 않은 월급을 한푼 두푼 모아 음력설인 춘절과 국경절, 중추절 등에 아낌없이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어느 택시 기사는 한 달 월급을 폭죽으로 날렸다고 한다. 또한 이사를 하거나 결혼, 개업 등에도 많은 폭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액운을 날리고, 악귀를 쫓는 데서 비롯한 폭죽은 중국인들의 고유한 전통이다.

중국 폭죽 문화의 절정은 한 해를 시작하는 춘절(春節)에 있다. 한 해의 끝 섣달 그믐날 밤에 온 가족이 모여 전통 오락인 마작을 즐기며 밤을 새우다가, 정월 초하루가 되는 0시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요란한 폭죽 소리를 울려댄다. 눈부신 불꽃은 밤하늘을 불태우고, 마침내 온 동네에 자욱한 화약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춘절에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낡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행운이 깃들기를 소망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음력 1월 4일은 신이 인간세상에 내려온다고 해서 '신을 맞는 날(接神日)'이라고 한다. 이날에는 과일 등 음식을 차려놓고 폭죽을 터뜨리며 신을 맞이한다. 5일은 재물신(財神)의 생일로, 재물이 굴러들어온다는 설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이날 가게를 열고 폭죽을 터뜨리며 장사가 잘 되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우리 같은 외국인을 미치게 하는 건 터뜨리는 시간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화약 연기와 냄새는 해가 뜨고 하루가 지나도 자욱한데 여기저기서 또 터뜨린다. 왜 같은 시간에 터뜨리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사주가 달라 액을 쫓는 시간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춘절과 대보름 사이 15일간은 밤낮으로 터뜨리니 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잠을 이룰 수 없을 지경이다. 중국 정부에서는 10여년 동안 도심에서의 폭죽을 금지했다가 몇 년 전 다시 허용했다고 한다. 해마다 인명 피해와 화재 사고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2007년 춘절에 상하이에서만 폭죽 쓰레기가 1천450t, 화재 사고가 134건이었고, 베이징에서는 폭죽 사고로 1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색다른 이국 정취를 넘어 '극성'과 '요란' 그 자체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자기들 고유의 문화이기에 폭죽에 아주 관대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결혼할 때 함을 사고파는 풍습에 대해 아파트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에 씁쓸함을 느낀다. 우리 문화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전 세계가 자기들의 고유 문화를 중시하는 추세를 보더라도 말이다.

장창관 전 대구예술대 방송연예과 교수'상하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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