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에 흉가 만드는 '폐교행정'

道교육청, 매각 임대만 급급…지역위한 건전활용 法원칙은 뒷전

1982년부터 경상북도의 608개 학교(8월 말 기준)가 폐교됐으나 경상북도 교육청은 매각·임대에 급급할 뿐 사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매각·임대된 폐교가 지역과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교육 재정 확보나 외지인들의 사업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북도 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폐교 가운데 매각된 곳은 359곳(59%)으로, 지난해 이후에만 50곳의 폐교가 매각됐다. 시·군 교육청이 임대한 폐교는 140곳(23%)이고, 자체활용(학생야영장·체험장)은 50곳(8.2%)에 불과하다. 폐교 매각 수익(835억여원)과 연간 임대 수입은 시·군별 교육청에 전액 귀속돼 교육 재정으로 쓰이고 있다.

또 폐교재산 활용 촉진에 관한 특별법은 건전한 용도의 폐교 활용을 장려하고 있으나 교육청은 매각·임대에만 급급하다.

9일 안동 A폐교. 2000년 수련원 용도로 매각됐으나 지금은 허허벌판으로 변해 있다. 주민들은 수련원 용도로 매각된 사실은 기억조차 없다고 했다. 주민 확인 결과 이곳은 2년 전쯤 주변 골프장 건설 현장사무소로 1년간 사용되다 골프장 준공 후 내버려졌다.

경북 교육청 관계자는 "무조건 매각에는 절대 반대"라며 "귀농 인구와 미래 농어촌 교육을 위한 고민은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매각 추세는 여전하다. 교육청은 남아 있는 미활용 폐교 56곳(9.2%) 중 51곳을 매각(31곳) 또는 임대(20곳)하고 단 5곳만 자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매각뿐 아니라 임대 폐교 중에서도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외지인들에게 폐교가 임대되면서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없는 사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의성 B폐교. 학교를 마주보고 있는 한 민가 주민(72·여)은 지난 3년간 말못할 고통을 겪었다고 하소연했다. 의성교육청이 이곳에 건설자재 야적장을 임대했기 때문이다. 차량 소음과 모래 먼지로 인해 고통을 당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차량 통행 때문에 학교 입구 길이 움푹 꺼져 앉고 군데군데 금이 갔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간에 임대한 140개 폐교 중 단 36곳(25.7%)만 교육 목적으로 활용(그래프 참고)되고 있다.

안동 C폐교 경우 현재 골프장 공사를 위한 현장사무소로 쓰이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4월부터 H건설에 2년간 임대됐다. 한 주민은 "주민 반발이 들끓었으나 건설사의'보상금' 지급으로 일단락됐다"며 "동네 체육시설로 활용되길 바랐던 주민들의 꿈이 허사가 됐다"고 씁쓸해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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