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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상하이'대구, 변화의 차이점

전세계 500대 기업 중 450여개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나 중국 본부를 두고 있는 상하이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상하이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내가 만나 본 상하이 사람들은 상하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반면에 덩샤오핑 전 주석의 말처럼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리지 않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그야말로 변화에 능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장점들을 바로 중국화시켜가는 모습은 배울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온 대구를 생각해본다. 물론 경제 규모나 인구면에서 대구와 상하이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상하이의 면적은 서울의 10배요,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3 정도인 3천만명이 살아가는 거대 도시이다. 대구는 규모는 적지만 대통령을 배출할 만큼 진취적인 고향이었으나 지금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배타적인 도시의 대명사가 됐다. 6'25전쟁 후 많은 것들이 대구에서 시작이 되어 한국을 이끌어 가기도 했지만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는 지금에는 뒤처진 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대구를 지탱하고 이끌어 갈 만한 성장 동력이 없다고는 하면서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모습은 아쉽기 그지 없다. 대구를 지탱해 갈 만한 것이 없으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나 언론 등이 함께 비전을 짜고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핀란드 국회 산하에는 '미래위원회'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번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래기획위원회'가 발족됐다. 변화의 바람이 거센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기구다. 우리는 흔히 살기 좋은 곳을 동경하지만, 살기 좋은 곳은 살기 좋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 지역주의가 되어서는 곤란하지만,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이웃에 대한 관심, 미래 세대를 위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화동지역에는 대구경북 출신 교민들이 꽤 많다. 모두 일을 좇아 이곳까지 온 것이다. 대구를 지탱해 오던 산업이 떠나니 그들도 떠나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전 어느 이름 모를 시인이 쓴 시가 생각난다. '세상에 안 보이는 것은 없다. 내가 못 볼 뿐이다/ 세상에 안 들리는 것은 없다. 내가 못들을 뿐이다/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다. 내가 안 할 뿐이다.' 대구사람들은 상황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변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말처럼 가족 외에 다 바꿔보자는 말이 가슴에 새삼 와 닿는다. 미래를 적극 준비하자.

장 창 관 전 대구예술대 방송연예과 교수'상하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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