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한의 입장 변화에 들뜬 기대는 금물

북한이 황강댐 무단 방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을 두고 우리 정부는 사과로 인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금강산 피격 사건 직후 북의 유감 표명에서는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에 비하면 유연한 반응이다. 공식석상에서 밝힌데다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사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남북의 입장 변화는 경색된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 변화에 대한 들뜬 기대나 흥분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그만큼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북의 유감 표명은 저들이 뭔가 아쉬울 때, 저들의 필요에 의해 나왔다. 남북대화 역시 북의 필요와 입장에 따라 분위기가 무르익고 식고를 반복했다. 남북 간 대화 분위기는 이제 본격화할 듯하다. 우리 정부도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의 대화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유감 표명을 내일 열릴 적십자회담을 비롯한 향후 대화에서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포석으로 본다. 내일 회담에서는 우리의 이산가족 면회소 상설 운영 등의 제안에 대해 북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신들이 성의를 보인 만큼 우리에게도 성의를 요구할 것이다. 물론 적십자 접촉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남북의 문제 해결은 원칙과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 유감을 표명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감의 실체 다시 말해 얼마나 진실된가가 중요하다. 우리 정부의 입장과 달리 적잖은 국민들은 북한의 유감 표명이 우리의 희생에 비해 미흡하다고 느낄 수 있다. 원칙을 앞세운 차분한 대처 없이는 이제 시작 단계에 들어간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자칫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