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엣지! 경제] 대구경북 전체 법인세 60% 납부 '포스코의 힘'

대구국세청 법인세 작넌 1조9천억→올 2조 4천억

"지난해 1년 동안 대구국세청이 걷은 법인세액이 1조9천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2조4천억원이었습니다. 대구경북의 경제가 어려운데 기업들이 이렇게 많은 세금을 냈단 말입니까?"(한나라당 박종근 의원)

"올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를 비교할 때 대구국세청이 걷은 법인세가 180% 늘어났습니다.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법인세를 걷을 만한 기업의 숫자가 가장 적은 곳이고 지역 경제까지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법인세액이 늘어난 것은 납득이 안 됩니다."(한나라당 배영식 의원)

20일 대구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 의원들은 한결같이 "형편이 어려운 대구경북의 기업들로부터 걷은 법인세가 올해 왜 이리 갑자기 늘었느냐"고 물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세무조사를 열심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공용표 대구국세청장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어려운 형편의 기업들을 '짜낸'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지난해 징수 유예된 세금을 올해 걷은 원인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특정 대형법인'이 세금을 많이 냈습니다."

공 청장에 따르면 특정 대형법인은 올해 법인세를 지난해에 비해 6천억원이나 더 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대형법인'은 어디일까? 대구국세청 관계자들에 물어봤더니 바로 포스코였다.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1. 포항에 본사 주소지를 두고 있는 포스코가 대구경북에서 얼마만큼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대구국세청에 따르면 포스코는 대구국세청의 법인세 징수 실적을 눈에 띄게 높여줄 만큼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낸다. 대구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동안 2조4천323억원의 법인세를 걷었는데 포스코가 내는 법인세는 대구국세청 법인세 징수 실적의 6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국세청 법인세과 관계자는 "대기업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세금 규모가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뀐다. 포스코가 법인세를 더 내면 대구국세청 법인세 징수 실적이 확 올라간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지역 본사 형태로 바뀌어 이곳에서 세금을 내면 대구국세청의 세수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그만큼 알짜배기 본사 기업의 존재 유무가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정부가 걷어 가져가는 법인세뿐만 아니다.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포스코는 낸 법인세의 10%만큼 금액을 포항시에다 '법인세할 주민세'로 낸다. 이런 방식으로 포스코는 올해 포항시에 95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낼 전망이다.

포스코가 포항시 세금 곳간에 기여하는 비율은 지난해 21.2%에서 올해는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시 재정과 박현수 담당은 "포스코가 매년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2007년 524억원이었던 포항시에 대한 세금납부가 지난해 670억원으로 불었고 올해는 1천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 집계 결과, 지난달 기준으로 대구경북의 상장법인 시가총액은 48조4천50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포스코 1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역내 시가총액의 75%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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