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10월 26일의 총소리

최소한 1천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1차 세계대전은 두 발의 총성 때문에 일어났다. 1914년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신음하던 세르비아의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Gavrilo Princip)가 세르비아를 방문 중이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계자 프란츠 페르디난트(Franz ferdinand) 대공을 권총 저격, 암살한 사건이 오스트리아'헝가리'독일 등과 세르비아'러시아'영국'프랑스'미국 등이 싸우는 미증유의 세계 전쟁으로 비화한 것.

이처럼 몇 발의 총성이 세상을 대혼란에 몰아넣기도 하고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도 그런 일들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그리고 30년 전 10월 26일 일어났다.

100년 전인 1909년 이날 오전 9시 30분 중국 하얼빈역에서 울린 7발의 총성은 대한민국 의혈(義血) 남아의 기개를 세계 만방에 알리는 한편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리고 30년 전인 1979년 이날 오후 7시 40분 서울의 한 안가(安家)에서 조용히 울린 또 다른 2발의 총성은 후일 민주화로 연결되는 우리 역사에 새로운 장(場)을 가져다준 사건이 됐다.

이날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제국주의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저격해 민족의 심판을 내린 지 100주년이 되는 날. 이날은 또 대한민국 근대화의 견인차 역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격에 의해 서거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독립기념관 등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이 잇따라 개최됐거나 열리면서 그를 추모하고 기리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특히 올해는 1919년 3'1운동 9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인 만큼 언론은 기획물 보도나 연재소설 등으로 그에 대한 추모 및 재조명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거 30주년을 맞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추도 행사는 그의 생가(生家)가 위치한 이곳 경북 구미지역에서 26일 열릴 예정이다. 영남대 박정희 리더십연구원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 75%가 국가 발전 일등 공신으로 박 전 대통령을 꼽았다고 한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념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각각 72.8%와 74.9%로 나타났다. 이제는 말 많았던 그의 기념관 건립 문제나 재평가 작업도 제 궤도에 오를수 있을까.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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