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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피플] '저축의 날' 국무총리상 수상 김계남씨

저축의 날(27일)에 저축 유공자 시상을 하는 금융위원회는 최근 들어 저축왕의 개념을 달리해 평가하고 있다. 열심이 저축만 하는
저축의 날(27일)에 저축 유공자 시상을 하는 금융위원회는 최근 들어 저축왕의 개념을 달리해 평가하고 있다. 열심이 저축만 하는 '자린고비형'이 아닌 돈을 가치있는 곳에 쓸 줄도 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형' 저축왕을 뽑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올해 저축의 날에 국무총리상을 받는 대구의 김계남 약사.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앞에서 약국을 20년 넘게 운영해온 김계남(65·여)씨. 그의 약국은 약사만 4명에 이를 정도로 찾는 손님들이 많다. 이 동네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은 김씨의 약국이 경북대병원 주변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약국이라는 얘기를 한다.

김씨는 저축의 날인 27일, 대구은행의 추천으로 국무총리상을 받는다. "돈을 엄청나게 벌 텐데 저축왕 수상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사람들이 많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저축왕' 김씨는 '자린고비 저축왕'과는 다른 사람이다. 그는 소득의 3분의 1은 생활비, 3분의 1은 저축,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대한 봉사로 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을 몸으로 실천해왔다.

그의 약국 2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쉼터가 있다. 경북대병원에 치료하러 온 환자들이 이곳에 와서 쉰다. 쉼터 임대료가 100만원대지만 이 임대료는 전액 그의 지갑에서 나온다.

약학을 전공하고 평생 약과 가까이 있다 보니 '몹쓸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찍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22년째 마약퇴치운동을 해왔다. 이 운동 역시 김씨의 지갑에 많이 지탱해왔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키워야 한다"며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국내 입양 운동도 벌여왔다. 월 후원금만 100만원에 이르지만 그는 선뜻 지갑을 열어왔다.

저축왕인지, 봉사왕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김씨. 그는 "지갑을 열어야 할 때 열 줄 모르는 저축왕은 자린고비일 뿐"이라고 했다.

남편은 경북대 명예교수, 그는 돈 잘 버는 약사지만 김씨는 3무(無) 인생을 살아왔다.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급 아파트 및 승용차, 골프채가 그에게는 없다.

대구 남구 대명동 33년된 단독주택에서 사는 김씨는 약국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승용차가 없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는 약국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

이런 식으로 그는 평생 절약의 삶을 살았고, 저축과 봉사의 삶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돈을 열심히 모아 저축하며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 줍니다. 저 역시 걸어다니고, 외식비를 아끼고, 이런 방식으로 열심히 저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 얘기를 더 들려줍니다. 아무리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도 돈을 써야 할 곳에 선뜻 쓰지 못하는 사람은 돈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돈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돈을 가치있게 사용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의 저축통장에 쌓여있는 돈? 그 돈은 아름다운 돈, 존경받는 돈이 될 수 없습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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