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벌써 5일이 지났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자신의 가채점 결과와 입시기관들이 발표하는 가채점 분석, 표준점수 및 등급 구분 점수 예상, 지원가능 대학 배치표 등의 자료를 비교하느라 분주하다. 입시설명회를 뛰어다니며 올해 입시의 특징과 지원 전략 등을 들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수능 성적표가 나오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모든 게 불투명하고 혼란스럽다. 지원 대학을 정하기도, 관련해서 전형을 준비하기도 어중간해 보인다. 입시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적절한 상담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찾아내야 하는 대학입시의 승부처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점수 경쟁이 아니라 정보와 전략을 통해 전국의 수험생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시기별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준비해야 하는지 점검해 본다.
◆수능 성적 발표일까지
가장 중요한 판단 자료는 수능 가채점 결과다. 불확실하긴 하지만 수시2차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정시모집에 지원할 대학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가채점 결과는 원점수여서 실제 대입 전형 때 활용되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넓은 범위에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하는 건 정시모집에서 모집군별로 어느 정도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느냐다. 가채점한 영역별 원점수와 예상 등급을 토대로 대략 어느 대학에 합격 가능성이 높은지 따져봐야 한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여기서 향후 입시 전략 수립의 전체 방향이 정해지는 걸 감안하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결코 아깝지 않다.
다음으로 수시2차에 대한 부분을 결정해야 한다. 수능 성적이 평소에 비해 잘 나온 경우가 아니라면 수시2차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수능시험 이후 수시2차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이 상당히 많으므로 지원할 만한 대학을 찾아봐야 한다. 수시2차 원서를 접수한 대학들 대부분이 수능시험 후에 대학별고사를 치르므로 정시가 불확실하다면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며칠만 공부해도 지원 대학의 대학별고사 경향과 예시문제, 기출문제 등을 충분히 익힐 수 있다.
수능 성적이 평소에 비해 잘 나왔거나 기대만큼 나와 정시모집에 주력할 계획이라면 굳이 수시2차에 참가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지원할 대학을 탐색하고 수능 및 학생부 반영 방법, 대학별 고사 유형 등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성적 발표 후에는 의외로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미리 지원할 대학의 범위를 잡아두는 게 현명하다.
◆수능 성적 발표 후에는
다음달 9일 수능 성적표를 받으면 이전에 세웠던 지원 전략과 합격 가능한 대학 범위 등을 토대로 지원할 대학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 성적이 예상만큼 잘 나왔건 못 나왔건 정시 전형이 끝날 때까지 가장 좋은 결과를 거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제 성적을 토대로 지원 대학을 결정할 때는 이전보다 한층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원 가능 대학의 수능 반영 방법을 잘 따져서 어느 대학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지 찾아야 한다. 대학별로 수능 반영 영역과 수능 성적 활용 방법, 탐구영역 반영 과목 수, 특정 영역 가산점 부여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 전체 응시 영역 가운데 어느 영역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영역별 가중치를 적용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에 반드시 응시해야 지원할 수 있다. 상당수 대학들은 수리 가형과 나형,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를 선택하는 경우 일정 비율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자신의 응시 영역과 대학의 반영 영역을 비교해 지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집군별 지원 전략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3개 모집군에 지원해 3개 대학에 합격하는 선택은 어리석다. 3개 모집군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이 모두 있다면 적어도 한 곳은 합격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 아래 소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가군과 나군에 몰려 있다. 지방 국립대 역시 가군과 나군에서 대부분 원서를 받는다.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수험생은 가군과 나군 가운데 반드시 한 곳에서는 합격한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군의 경우 모집 대학 수와 정원이 적은데다 가군과 나군 대학들 가운데 다군에 분할모집하는 대학들은 경쟁률과 합격선이 훨씬 높아진다. 복수합격에 따른 합격자 이동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지만 합격선은 대부분 가군과 나군 모집보다 올라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원서 접수 후에는
정시 3개 모집군에 원서를 내고 나면 수험생들은 경쟁률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경쟁률이 높은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반대의 경우는 지나친 여유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경쟁률이 높든 낮든 합격자 수는 일정하다는 현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경쟁률이 높아도 합격하는 수험생이 있고, 낮아도 떨어지는 수험생이 있다는 얘기다. 경쟁률이 높다고 해도 복수합격자들의 이동이 계속돼 최종 합격자가 2월 말에 결정되는 학과가 의외로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2010학년도의 경우 서울대를 제외하면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곤란하다.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도 전형 때까지 지원한 대학·학과의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쌓아두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준비한 수험생은 대부분 전공 교수인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합격 후 대학생활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재수 여부는 정시모집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기다린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내년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올해보다 더 확대되기 때문에 재수생에게 유리한 요소는 그만큼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수능 성적이 아무리 못 나왔다고 해도 경험을 쌓아두는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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