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뭔가에 쫓기는 듯하다.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세종시 뒤집기가 그렇다.
정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국민과의 소통 부재로 곤욕을 치렀는데, 두 사업도 같은 전철을 밟는 형국이다.
이달 11일 4대강 사업은 첫 삽을 떴다. 그러나 22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타탕성 검토나 환경성 평가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과의 소통이나 여론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공사입찰 과정에서 담합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발주하는 턴키구간에서 대형건설사간 나눠먹기식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것. 공사방식도 설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에 들어가 설계-시공을 반복해 공기를 단축시키는 '패스트-트랙'(fast-track) 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설계와 시공이 엄격히 분리된 국내에는 이 공사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방식을 적용하다보면 부실을 낳기 마련이다. 설계도 끝내기 전 시급히 공사를 벌여야 할 만큼 4대강 사업이 촉각을 다투는 사안인지 모를 일이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걸까. 정부는 강 준설과 보 건설, 하천정비 등을 2011년까지 끝내고, 댐 건설은 2012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현 대통령 임기는 2013년 2월까지. 정부는 대통령 임기 안에 4대강 사업을 모두 끝낸다는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10~20년 동안 사전에 조사하고 준비한 뒤 장기간에 걸쳐 시행하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급하기는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참여정부에서 상당한 논란을 거쳐 결국 여야 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사업이다. 국가균형발전이란 면에서 여야가 합의한 것. 정부는 국무총리가 세종시 재검토 발언을 한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수정안 마련을 위한 '민관합동위원회' 구성에 급급하다. 또 이 위원회가 제대로 논의를 갖기도 전에 결과발표 시점을 앞당긴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 태도로 봐서는 내용보다 시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수년에 걸쳐 결정한 사안을 몇 달 안에 뒤집겠다는 발상이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모두 특정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사업이다. 그만큼 국민적 소통과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계획을 중단하거나 바꾸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실용'을 내세운 이 정부는 소통과 합의보다, 임기 안에 뭔가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하다. 준설과 하천정비사업이 재해예방이란 명목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비켜가고, 환경영향평가가 4개월만에 마무리되고, 실시설계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착공하는 등에서 '조급함'이 드러난다. 세종시 재검토를 위해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밀어붙이기식 일정에서도 이 점이 엿보인다.
이런 과정이라면 다음 정권에서 4대강과 세종시를 또다시 '뒤집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4대강과 세종시 문제에서 소통과 합의를 거쳐야만 '신뢰와 쓸모를 잃은' 정부가 아니라, '효용과 내실을 갖춘' 실용정부로 국민들에게 인식될 것이다.
김병구 사회정책팀 차장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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