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가 낳은 클래식 영파워들] 캣츠, 데뷔하기까지

여기에 온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갑니다. 매일 아침 발레로 하루를 시작하고, 목표하고 있는 것들을 위해 스스로 연습하거나 참가하게 된 작품의 연습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물론 공연 중일 때는 주 8회의 공연에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일본에 오자마자 '캣츠'의 '올드듀트로노미'역할을 받고 4개월을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시험과 오디션을 거쳐서 연습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캣츠'이다보니 군무와 복잡한 동선 등 처음 겪어보는 것들로 가득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온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그 미숙한 일본어로 어떻게 견뎌냈는지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예술센터에서 두 달간 연습하고 극장 연습에 참가하게 되었지만 아직 부족했던 일본어와 익숙하지 않은 마이크 사용에 센터와 극장을 오가며 3개월간 더 연습하다가 9월에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초고속으로 주역에 데뷔하긴 하였지만 함께 준비해 오다가 낙오한 동료들을 보면서, 이 곳의 엄격함을 항상 느끼며 출연 중에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었습니다. '한 음(音), 한 리듬 떨어지면 떠나라'는 극단사계의 연습 모티브는 이 곳의 치열한 경쟁을 단적으로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외국인 가수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지는 발음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가사와 대사의 읽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나 편견은 거의 없지만 반대로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인과 똑같은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하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엄청난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에 발음뿐만 아니라 문법 공부도 절대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 가지 너무나 행복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제 흘린 땀이 오늘의 결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 보다 조금 더 찢어지는 다리, 조금씩 느껴지는 몸의 중심, 이제껏 들리지 않던 발음의 미세한 차이, 단지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처럼 노래하는 포인트, 어느 순간 그들과 같은 뉘앙스의 농담을 구사하는 일본어…. 많이 부족하여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벽들에 이미 어느 정도 올라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 기쁨과 그렇게 준비하여 드디어 무대에 섰을 때의 감동과 매일 반복되는 무대이지만 항상 다른 감동을 만들고 있는 무대 위에서의 희열. 그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 땀인지 눈물인지 구별할 수 없는 배우의 행복입니다. 최성재('극단 사계' 배우·영남대 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