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형수들의 어머니' 조성애 수녀 대구가톨릭대 특강

"사형수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내가 죽는 게 아닌가' 하며 가슴을 졸였다가 해가 지면 '오늘은 살았구나' 하며 죽음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죗값으로 꼭 생명을 빼앗아야 할까요?"

'사형수들의 어머니'로 통하는 조성애(78) 수녀가 25일 대구가톨릭대에서 '사형수들의 삶'이란 주제로 학생 300여명에게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은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던 연쇄살인범 정남규씨가 22일 자살한 사건과 관련, 사형제 존폐 논의와 수형자 관리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진행돼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조 수녀는 "사형수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으로 태어났으나 나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이라며 "내가 그들과 같은 대열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녀는 "사형수들이 살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형이라는 생명 박탈보다 더 큰 인권침해는 없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조 수녀는 1989년부터 전국의 구치소를 찾아다니며 사형수들을 교화시키고 그들의 애환을 일반인들에게 전하는 삶을 계속해오고 있다. 사형제 폐지에 앞장서온 조 수녀는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나오는 모니카 수녀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이후 사형 조기 집행 논란이 일면서 사형수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조 수녀는 사형수의 목에 줄을 걸어야 하는 교도관의 인권 문제, 사형 집행을 목격하는 종교인들의 고통 등도 사형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수녀는 "교수형이 절차대로 집행됐는데도 죽지 않은 사형수가 두번째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교도관을 위로한 경우도 있다"고 소개해 학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이 없어 국제사회에서는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현재 사형선고를 받고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가 59명 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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