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이야기]와인 잡은 막걸리

필수아미노산 10여종류 함유…웰빙 발효 술 '인기 짱'

막걸리의 부활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숙취와 트림, 텁텁한 맛으로 외면받던 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대폿집이나 동네 슈퍼 냉장고에서 접할 수 있었던 막걸리를 이제는 백화점 식품매장에서도 찾을 수 있게 됐다. 판매량도 와인을 추월하면서 명실상부한 대표 술로 자리매김했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까지 수출하면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막걸리는 웰빙주(酒)=양주를 찾던 주객들의 발걸음이 대폿집으로 향하고 있다. 생맥주를 들이키던 젊은층들도 막걸리 대열에 합류했다. 허름한 골목, 찌그러진 주전자, 하얀 사발. 막걸릿집 하면 떠오르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깔끔한 실내장식을 한 술집이 등장하고, 형형색색의 잔에 따라 마시는 막걸리도 어색하지 않아졌다.

발길 끊었던 애주가들이 다시 막걸리를 찾는 이유는 뭘까? 막걸리의 성분이 웰빙을 찾는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가루에다 누룩으로 발효시킨 자연 식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6% 정도로 맥주나 소주보다 약해 적당량 마셨을 때 신체에 주는 부담이 적다.

또 막걸리에는 발효과정 중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효모 등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 함유돼 있다. 막걸리엔 유산균 덩어리로 남성에게 좋은 비타민 B군이 많아 피로완화와 피부재생, 시력증진 효과를 낸다고 한다. 막걸리 1병의 유산균은 요구르트 100병의 유산균과 맞먹는다.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과 메티오닌 성분은 체중 유지를 돕고 지방 저장을 예방하는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막걸리는 고구마뿐만 아니라 잣, 인삼, 더덕 등 온갖 것을 섞어 칵테일로 마실 수 있다. 영양성분은 주로 부유물 안에 들어 있다. 부유물이 술 전체에 골고루 퍼지도록 잘 흔들어서 마시는 것이 좋다.

▶김치'파전과 잘 어울려=막걸리는 동동주와 헷갈린다. 제조방법은 비슷한데 술통에 넣은 고두밥이 완전히 발효되기 직전에 밥알과 함께 떠낸 맑은 술이 동동주다. 막걸리는 맑은 청주를 걷어내고 아래에 가라앉은 걸쭉한 부분을 체로 지게미를 받아낸 것이다. 동동주는 경기 지역의 민속주이고, 막걸리는 가장 오래된 전통주다.

막걸리는 쌀이나 밀가루 등을 찐 다음 건조시켜 고두밥을 만든 뒤 효모와 효소, 물을 섞고 발효시킨 뒤 체에 걸러 떠낸다. 그 때문에 막걸리의 원료 배합 성분에 따라 맛을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 막걸리는 밀가루와 쌀이 10~40% 정도 비율로 섞여 있지만 쌀과 밀가루로만 만들어지는 막걸리도 있다. 대구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불로막걸리는 밀가루로만 만들어진다.

이종진 대구탁주협회장은 "누룩과 곡물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자연발효를 통해 만들기 때문에 지역마다 생산되는 막걸리의 맛이 차이 날 수 있지만 화학적으로 만드는 다른 술과는 다르다"고 했다.

사발로 단숨에 들이켜는 막걸리에는 손으로 쭉쭉 찢어먹는 묵은 김치나 지글지글 기름에 부쳐 올린 파전, 두부 김치가 제격이다.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및 무기질이 풍부한 안주와 먹으면 잘 어울린다. 막걸리도 술이다. 건강을 챙기려면 적당량 이상은 마시지 않아야 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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