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은 지금]위기 맞서는 중소병원들

전문병원 특화 전문성 확보, 환자들이 먼저 알고 와요

▲중소병원 위기 속에서도 특화전문병원들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열린큰병원의 대기실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중소병원 위기 속에서도 특화전문병원들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열린큰병원의 대기실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중소병원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고객들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으로 몰리면서 중소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중소병원의 경영악화와 도산은 의료시장의 왜곡과 수요'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자들, 대형 병원과 서울로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병상규모 100개 미만인 소규모 병원의 도산율은 9.3%에 달했다. 병상수가 100~199개 규모 병원은 도산율이 6.2%, 200~299개 규모 병원은 3.1%, 300개 이상 규모 병원은 2.8%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의 경우 지난해 중소병원 28곳이 휴'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경영 위기는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데서 비롯된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병원에는 본인 부담금 차이에서 밀리고, 대형 병원에는 인력과 시설, 환자 인식의 차이로 경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수 인력을 영입하거나 고가 의료장비를 도입하기도 어렵다. 인턴과 레지던트의 확보와 활용에도 한계가 많다.

대구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지역 주민의 건강검진도 대형 병원으로 빼앗기고 있다"며 "경영손실을 수익용 편의시설이나 장례식장 등과 같은 부대사업으로 보전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중소병원의 위기 속에서도 특화 전문 병원들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공관절수술 전문병원인 열린큰병원은 수술을 받으려면 2,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 병원은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데 맞춰 인공관절수술 전문병원으로 특화했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이 병원의 자랑은 매년 열고 있는 '수술'퇴원 환자를 위한 건강걷기대회'다. 올해는 신종플루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800여명의 환자와 가족이 참가하는 등 매번 성황을 이루고 있다. 환자끼리의 만남과 정보교류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또 이 병원은 원활한 수술을 위해 조만간 확장 이전할 계획을 세우는 등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호규 원장은 "인력과 시설에서 대학병원을 능가하는 전문병원이 목표"라며 "음식점처럼 병원도 특색있는 메뉴를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구병원은 여성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곧 여성 의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또 유방, 갑상선, 하지정맥류 관련 3개과를 신설한다. 장기적으로 대장항문질환 환자들이 줄어들 것에 대비한 전략이다. 이 병원은 2년 전 건물을 신'증축한데 이어 추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실험실과 검사장비를 더 들여오기 위해서다. 구자일 원장은 "중소병원이 취약한 것 중 하나가 연구개발"이라면서 "이를 위해 수도권과 해외 학회에 지속적으로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학병원 교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의료 신기술 관련 워크숍도 중소병원에서 열리고 있다. 서대구병원은 최근 경막외 내시경술 권위자인 최영국 미국 뉴저지대 교수와 영남지역 의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막외 내시경술을 선보였다. 이 수술은 직경 1㎜ 미만의 초소형 내시경을 이용해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부위를 찾아 정확하게 약물을 주입하는 비수술치료법이다.

W(더블유) 병원은 백화점식이 아닌 전문화와 특성화로 승부하는 수부외과 전문병원으로 유명하다. 이 병원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이다. 대학병원보다 우수한 의료수준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논문을 발표해 우수 의료진을 양성하고 있다. 첨단 진단장비를 도입하고 직원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우상현 원장은 "목표는 2차 병원이 아니라 '4차 병원'"이라며 "앞으로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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