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지따라 최대 8천원 격차 '쌀값 전쟁'

40㎏ 한 포대 수매가, 영주농협 4만8천원·안정농협 4만원 '들쭉날쭉

10월 하순까지 폭락세를 보이던 산지 쌀값이 11월 중순부터 오름세를 보이며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내 산지 쌀값이 최대(40㎏ 기준 ) 8천원이 차이 날 정도로 들쭉날쭉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고 특히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없는 지역은 쌀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농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곳도 있다.

◆시·군 농협 RPC 수매가 제각각

30일 기준으로 경북도내 산지 쌀값을 조사한 결과 의성의 안계농협은 조곡 40㎏ 기준 한 포대에 4만5천원으로 10월 하순 4만원에 비해 5천원가량 올랐다. 이 가격은 잠정가격으로 연말 시장가격을 종합해 정산할 예정이어서 쌀값이 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안계농협 윤태성 조합장은 "개인정미소 등지에서 4만2천~3천원에 수매, 시중 유통가격이 너무 낮게 거래되고 있어 산지 쌀값 안정 측면에서 쌀값을 올렸다"고 말했다.

의성지역 쌀 주산지 농협인 다인농협도 조만간 조합원들의 소득보전 차원에서 수매가를 올린다는 계획이며 의성군은 쌀농가들의 쌀값 하락분 보전을 위해 군비로 27억원을 특별지원할 계획이다.

상주농협의 수매가는 계약재배 4만5천원, 일반은 4만3천원이며 함창농협은 계약재배 4만3천원, 일반은 4만2천원이다. 구미 선산농협은 계약재배의 경우 4만6천원(1등급 기준), 계약재배가 아닌 일반은 4만4천원, 해평농협은 일품벼 4만6천원, 일품벼를 제외한 기타 벼는 4만4천원, 영주농협은 4만8천원, 안정농협은 4만원, 청도연합미곡종합처리장은 일품벼 계약재배 4만3천원 등이다.

한 조합장은 "경북도내 시군 농협별로 수매가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쌀의 품종이 다를 뿐 아니라 수매 물량에도 큰 차이가 있고, 쌀 소비가 많은 수도권 등 판매처 확보 문제와 농협의 자체 사정에 따라 수매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농협 RPC 없는 지역 불이익

도내 시군 중 농협 RPC가 없고 민간 RPC가 쌀 수매를 전담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쌀값이 낮아 농민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도내 민간 RPC 중 '의성황토쌀'을 가공하는 의성의 ㈜한가위농산과 영천의 일부 민간 RPC는 무농약쌀과 친환경쌀 등 계약재배로 수매하는 쌀은 농협 RPC보다 더 높은 가격에 수매하고 있으나, 상당수 민간 RPC들의 수매가는 4만2천∼4만3천원 사이다. 이 같은 가격은 의성 안계농협 등에 비해 포대당 2천∼3천원 낮은 가격.

안계농협 윤태성 조합장은 "농협 RPC의 경우 농협이라는 특수성과 조합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같은 일품벼라도 민간 RPC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수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RPC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인 여력 등으로 농협과 동등하게 수매가를 책정하기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민간 RPC 관계자는 "민간 RPC가 농협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수매자금 조달에다 대형 유통판매처 확보 등 불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어서 농협과 수매가를 맞추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내 일부 지역에서는 농협이 건조저장시설만을 지어 농민들의 쌀을 수매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군위 팔공농협의 경우 올해 건조저장시설만 건립, 의흥과 우보·효령지역의 농가들이 생산한 쌀을 잠정가격인 4만3천원에 수매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의 RPC 가격을 참고해 추후 정산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석 조합장은 "팔공농협 조합원들의 경우 군위에 한 곳뿐인 민간 RPC에 팔아왔으나 민간 RPC 수매가가 인근 지역 농협에 비해 쌀값이 낮은 편이어서 농협이 건조저장시설만을 건립, 수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봉화와 청송, 영양 등지의 농민들은 정부의 공공비축미 수매 외에는 팔 곳이 마땅찮아 일반 정미소 등에 판매하지만 쌀값은 농협 RPC가 있는 의성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쌀값 전망은

폭락세를 이어오던 경북지역 산지 쌀값은 10월 하순 이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과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경북도연합회 등 농민단체와 산지 농민들이 정부와 각 지자체에 쌀값 인상을 촉구하며 항의 농성에 들어가자 정부 차원의 대책이 쏟아진 데 따른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당초 계획한 11만t에 이어 추가로 23만t을 수매키로 하자 10월 하순 이후 벼 가격은 상승하고, 쌀 가격은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다.

정부의 11만t 1차 매입 이후 산지 쌀 가격은 10월 하순부터 상승세로 전환돼 11월 5일에는 전월보다 소폭 상승(0.2%)한 4만8천100원이며, 11월 5일 산지 쌀(백미 80㎏ 기준) 가격은 14만2천400원으로 전월대비 1.5% 하락했다. 또 11월 11일 기준 산지유통업체들의 벼 매입 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10.1% 증가한 158만4천t으로 집계됐다. 농협 RPC와 비 RPC 농협의 수확기 벼 매입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5%, 10.4% 증가했으며 민간 RPC도 전년 동기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벼 매입자금 지원 규모 확대로 산지유통업체들의 매입수요가 증가했기 때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가 당초 시장에서 격리시키기로 했던 물량 11만t 외에 23만t을 추가로 더 매입해 총 34만t을 시장에서 격리시키기로 하면서 수확기 유통량이 크게 줄어 산지 쌀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군위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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