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벨트 결국…' 대구경북 유치 물거품 위기

세종시 수정안 포함…정부 '심사' 선정원칙 스스로 파기

대구경북이 우려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 수정 방안에 결국 포함돼 충청에서 김천~구미~대구~포항으로 이어지는 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구축하려 했던 대구경북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시 민관합동위 3차 회의를 열고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기로 했다. 민관합동위는 국토연구원으로부터 '세종시 자족기능 보완 방안'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방안', 한국행정연구원으로부터 '중앙행정기관 분산에 따른 문제 분석' 등을 보고받은 뒤 세종시 발전 방안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포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 정부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핵심 연구시설을 중심으로 교육·금융 기능과 연구·산업 기능 등을 연계한 200만㎡ 규모의 복합단지로 조성된다. 투자 규모 3조5천억원에 생산유발효과가 2029년까지 212조7천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36만명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단을 출범시키고, 2월 국회에 관련법을 제출했지만 아직 법률심의 단계도 밟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민관위는 7일 열리는 4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세종시 대안 초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어 한국경제학회 등 전문기관 세미나,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순쯤 최종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 공을 들여온 대구경북 등 전국 각 지자체의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를 통해 유치 지역을 선정한다는 원칙을 정부 스스로 파기,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은 물론 애초부터 세종시 수정 대안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계획을 세운 게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선언한 곳은 대전, 충·남북, 대구·경북, 인천, 광주, 강원 등이다.

과학계에서도 과학벨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12개 과학기술 단체들은 지난달 25일 성명에서 "과학벨트 프로젝트는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략 과제"라며 "여야의 정치 쟁점이 되면 본래의 목적·취지와 멀어지는 왜곡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종시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한 교과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지원단은 국회에 "전국 18개 시도를 선별해 실시한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도시 적합도 1차 계량평가에서 1위 아산·천안, 2위 대전 대덕, 3위 대구, 4위 울산, 5위 부산으로 나왔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는 이 평가에서 6위권 정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세종시로 기업이나 연구 및 교육기관이 다몰려가게 되면 대구가 매우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로 가는 것에 대한 각 지역 불만이 팽배하다. 공모 절차를 통해 과학비즈니스벨트 후보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수·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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