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신라 천년고도로 곳곳에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대구나 부산, 울산 등지에서 주말이면 주로 가는 나들이 명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대다수 길손들은 경주를 찾을 때 남산을 주로 간다. 남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다 볼거리가 풍성해서다. 남산을 가 본 길손들이 다시 경주를 찾는다면 무장산 길을 권하고 싶다.
무장산은 가을 경치가 백미지만 초겨울에도 풍광이 색다르다. 대지가 온통 누런 겨울이지만 무장산 정상부는 마지막 은빛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
무장산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내려 경주보문단지 방향으로 자동차로 30여분 달리다 보면 보문단지 안쪽(천북)에 암곡동 왕산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이 바로 무장산 들머리다.
요즘은 자동차로 여행을 가는 게 대세여서 내비게이션에 '경주시 암곡동 산1-1 번지'를 검색하면 보문단지를 지나 바로 암곡동 왕산마을 주차장에 도착한다. 대형주차장이지만 가을 단풍철엔 만원이다.
길손들에 끼여 마을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무장사지삼층석탑과 암곡펜션 이정표를 만나고, 암곡펜션을 지나면 국립공원 지킴터가 눈에 들어온다. 시계를 보니 30여분 정도 소요된다. 지킴터를 지나면 무장골을 낀 계곡길이 시야에 잡힌다.
무장산 길은 가파른 곳이 거의 없어 마음 편하게 산책하듯이 가는 길이다. 또한 겨울임에도 숲 경관이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다. 간간이 산길에 가을 단풍의 여운도 남아 있다. 가을 단풍에 미련이 남는다면 다소 부족하지만 무장산에서 그 미련을 해결해 보면 어떨까.
계곡길을 따라 20여분 더 걷다 보면 무장봉 5.3㎞와 무장봉 3.1㎞ 갈림길에 도착한다. 본격적인 길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다.
무장봉 3.1㎞ 방향은 조금은 넓은 산길이고, 무장봉 5.1㎞ 방향은 임도 수준의 계곡길이다. 무장산 길은 정상까지 가서 되돌아오는 길이어서 어느 코스를 택해도 상관이 없다. 굳이 권한다면 3.1㎞의 짧은 코스로 오른 뒤 하산시 긴 계곡길로 내려오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계곡길에는 계곡의 바위와 계곡물에 떨어진 낙엽의 군상들도 꽤 괜찮은 볼거리다. 무장산의 계곡은 1,000m급 명산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바위와 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40~50분 정도 걸으면 시야가 확 트이는 능선이 갑자기 보이는가 싶더니 폐건물이 있는 지점을 지나면 다시 산길에 접어든다. 산길을 따라 조금은 빙둘러 올라가면 왜 무장산에 왔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바로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드넓은 평원이 눈과 가슴을 뻥 뚫리게 하기 때문이다. 정상부는 넓은 터로 이뤄져 있으며 정상을 알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가을 절정기에 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길손들은 억새 군락지의 규모와 군데군데 남아있는 억새의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억새군락지의 규모는 148만㎡. 무장산 정상부는 원래는 억새군락지가 아니었다. 1970년대 초 동양그룹이 이곳에 오리온목장을 조성해 운영했으나 1980년대 비업무용 토지 강제 매각조치에 따라 목장이 모 축산회사에 매각됐고, 이 축산회사가 1996년까지 목장으로 운영하다 문을 닫은 이후 목장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억새가 생겨난 것. 결국은 원래의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겨울이라 아쉽지만 무장산 길은 여름엔 원시에 가까울 만큼 숲이 울창하고, 진홍과 진노랑의 단풍도 계곡을 가득 메운다.
무장산은 정상 경관도 빼어나다. 발 아래에 보문단지와 동해바다가 보이고, 저 멀리 토함산과 단석산, 함월산, 운제산 등 경주와 포항의 고만고만한 산들이 길손들에게 다시 한번 감탄사를 쏟아내게 한다.
무장산 길에는 '무장사'라는 절터가 있는데, 삼국유사에 의하면 태종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한 뒤 병기와 투구를 이 골짜기에 숨겼다는 유래가 전해오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보물 제125호인 무장사아미타불조상 사적비 이수 및 귀부와 보물 제126호인 무장사지 3층석탑이 남아 있다.
무장산은 원래 포항 오어사를 품은 운제산과 경주 토함산을 잇는 624봉으로 불리다 최근 정상에 '경주 무장산 624m'라는 표식을 하면서 무장산으로 통용되고 있다. 석탑과 절터 등의 역사적 사실에서도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에게 무장산으로 알려져 있다.
무장산은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5시간 정도의 코스인데다 산길이 가파르지 않아 연인 또는 가족나들이길로도 권할 만하다.
무장산은 TV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현재 최고의 인기 역사드라마인 '선덕여왕'이 무장산 일대에서 촬영했고,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가 촬영될 예정이다. 무장산은 지난 2003년에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촬영되기도 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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