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반아, 무턱대고 단속하면 어떡해." 고성과 삿대질이 오간다. 단속 경찰관의 되풀이되는 설명에도 막무가내다. 실랑이는 좀체 끝나지 않는다. "난 길치라 단속된 길인지도 몰랐어. 표지판이라도 제대로 세워두든가." 경찰관은 운전자를 데리고 '승용차 진입금지' 교통표지판이 서 있는 반월당네거리까지 안내한다. 15분 남짓한 다툼 끝에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1일 개통된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1.05km 구간)의 자화상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성패는 성숙한 시민 의식에 달렸다. 개통 일주일이 지났지만 통행이 금지된 승용차와 영업용 택시가 여전히 활보하면서 반쪽짜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단속이나 엄격한 범칙금 부과 목소리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7일 오후 1시 대구 중부경찰서 경찰관 5명과 함께 나가 본 대중교통전용지구. 승용차들은 신호가 바뀔 때마다 쉴 새 없이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진입한다. 승용차 진입금지를 알리는 교통표지판이 무색하다. 경찰관은 연방 휘슬을 분다. 단속을 시작한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승용차 6대가 늘어선다.
택시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누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만 통행할 수 있지만 얌체 택시가 잇따라 적발된다. 한 택시기사에게 "통행금지 인지 몰랐냐"고 묻자 "미안합니다"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손님이 아카데미 극장 앞에 가자는데 반월당 앞에서 내리라 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다. 단속을 피해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적발된 통행금지 차량은 모두 52대. 개통 첫날부터 이날까지 발부된 계도장은 무려 420여건에 달하고 있다. 범칙금을 물린 건수는 11건이다. 경찰은 한 번에 한 해 계도를 하고 있지만 다시 단속되면 승용차와 승합차에 대해 각각 4만원, 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 외지 차량에 대한 배려다.
한 경찰관은 "인력이 부족해 하루 평균 한두 시간밖에 단속을 하지 못한다"며 "종일 단속한다면 지금보다 몇 배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카메라 설치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도로교통법상 대중교통 전용지구 통행 금지 차량을 CCTV로 단속할 법적 규정은 없다. 대구시는 "지난 9월 CCTV 단속 근거 마련을 위한 도로교통법개정 건의안을 요구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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