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매일신문 신춘문예 마감을 전후로 대부분의 일간지들이 2010년 신춘문예를 마감한다. 이맘때쯤이면 으레 신문사들마다 '신춘문예 열병' '문청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신춘문예에 관한 기사나 칼럼이 나온다. 사실 문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신춘문예 열병'을 납득하기 어렵다. 70세 넘은 노인이 이 추운 날 원고를 들고 신문사로 찾아와 몇 번이고 당부를 하는 그 절실한 마음을 앓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간단히 답하자면 '신춘문예는 고질병'이다. 이 병은 한번 걸리면 좀처럼 낫지 않는다. 나은 듯하다가도 찬 바람이 불기시작하면 재발하고 또 재발한다. 그러니 환자가 아닌 사람은 그냥 '그런 병이 있구나' 정도로 알고 지나가면 된다. 어쩌면 모르는 게 득이다.
우리나라 신춘문예의 효시는 1920년 매일신보다. 몇몇 신문사는 신춘문예 제도를 폐지하거나 애초에 시작하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러나 주요 일간지들은 여전히 신춘문예를 '문청을 위한 최고의 축제'로 여긴다.
문학사의 별이 된 사람들 중에는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사람이 많다. 황순원, 서정주, 김동리, 이문열, 최인호 등이 그랬다. 신춘문예에 목을 매는 문청은 여전히 많고, 신춘문예가 한국 문학의 신인 등용문으로 이룩한 업적 역시 많다.
그러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문단을 휘젓던 시절은 끝난 듯하다. 등단을 열망하는 예비 작가들이 1년에 한번뿐인 신춘문예만 바라볼 수는 없다. 그래서 매월, 매 계절마다 혹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신작을 공모하는 각종 문예지에 원고를 보내고, 상대적으로 그렇게 당선된 작가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는 또 있다.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는 새해 첫날 신문지상을 통해 전국에 이름을 알리며 화려하게 등장하지만 그뿐이다. 매달 혹은 매 계절마다 발행되는 문예지는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주지만, 신문은 문예 전문지가 아닌 만큼 작품 발표의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니 당선 당시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지만 그 뒤로는 긴 어둠이다.
평범한 독자들은 신예 작가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해서 드물기는 하지만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에 다시 문예지를 노크하는 작가도 있다. 소소하지만 자주 이름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올해 신춘문예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문청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다. 일간신문 신춘문예 관문 통과는 무척 어렵고 그래서 그만큼 영광스럽다. 그러나 신춘문예 당선자가 걸어가야 할 길은 문예지 등단자보다 더 험하다. 덧붙이자면 어디로 등단했던 모든 작가의 길은 험하다. 작가보다 독자가 행복하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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