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이를 어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대표팀 감독들 중엔 '묘한 인연'으로 엮인 경우가 적잖다.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과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선수로 만나 '격투'를 벌였던 이들은 24년이 지난 2010년 양 팀의 사령탑으로 다시 조우하게 된 것. 허정무 감독은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마라도나의 전담 마크맨으로 활약하던 중 마라도나의 왼쪽 허벅지를 차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당시 1대3으로 패해 16강 탈락의 아픔을 겪은 허정무 감독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잡고 '복수'와 '16강 진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운명의 장난인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러시아 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이 한국의 16강 상대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수 있다는 보도도 한국 축구팬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과 같은 B조의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로부터 월드컵 대표팀 감독직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히딩크 감독과 '악연'으로 맺어지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는 것. 히딩크 감독이 8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아공행' 가능성을 일축했다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밝혔지만 혹시라도 이들 팀의 사령탑을 맡을 경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한국인의 '영웅' 히딩크가 이번엔 '우리의 등에 비수를 꽂을' 적장으로 변신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히딩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뺏기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또 오랫동안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허정무 감독의 입장에선 조별리그에서 히딩크를 상대팀 감독으로 만날 경우 명예 회복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모두 나이지리아 감독은 조국과 또다시 '악연'을 쌓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조국 나이지리아를 본선에 진출시켰지만 대회를 앞두고 아데보예 오니그빈데 감독과 교체되는 아픔을 겪은 데 이어 이번에도 본선에 진출시키고도 전술 및 선수 선발 문제 등의 이유로 '감독 교체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속병을 앓고 있다.
밀로반 라제바치 가나 대표팀 감독도 '조국의 역적이 되느냐, 가나를 16강에 진출시키느냐'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자신이 이끄는 가나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위해선 조국 세르비아를 꺾어야 하기 때문. 라제바치 감독으로선 가나와 조국 세르비아가 함께 16강에 진출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독일, 호주 등과 죽음의 D조에 속해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일의 16강행이 유력한 만큼 가나와 세르비아 중 한 팀의 탈락이 예상돼 조국의 안티치 감독과의 숙명의 결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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