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산업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업지도'가 그려진다. 지금까지의 업종별 숫자나 매출액 및 종업원 수만 나열된 형식적인 산업현황 분석이 아니다. 경영 환경을 비롯해 ▷R&D 환경 ▷인력 관리 ▷마케팅 ▷정보화 ▷성과 ▷지식서비스 등 기업의 모든 것이 담긴 지도다.
신진교(44·사진)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은 "경영 및 산업 분석에 필요한 지역 기업의 모든 데이터가 총망라된 지도를 그리는 작업을 최근 시작했다"며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구의 산업 구조를 분석하고 제대로 된 기업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소기업 도시 맞나?
"지금까지 우리는 대구에 중소기업체가 많다고 알고 있지요. 하지만 최근 지역 업체 8천여곳의 매출액을 전수조사했더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신 단장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업체가 절반을 넘은 56.1%나 됐다. '중소기업 도시'라고 알려진 대구의 현주소는 '영세 소기업 도시'인 셈이었다.
지역의 전략산업 분포 현황도 대구의 주력이었던 섬유산업이 28.6%로 나타나 메카트로닉스 산업(32.6%)에 1위 자리를 넘겨줬고, 나노·모바일 산업(20.1%)에 바짝 쫓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 단장은 "대구의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효과적인 기업 지원 정책을 세울 수가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지역 한 의류업체 대표를 만난 적이 있어요. 연간 매출액이 10억원이 안 되는 업체인데, 6년 전 설립 후 지금껏 지원다운 지원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나름 회사를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연구개발이나 전문성을 갖추는데 장벽이 너무 많다고 했어요."
◆맞춤형 지원 정책 절실
"지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소기업들은 각종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 기준 등에 미달하기 때문이지요. 관련 기관의 기업지원 정책이 정확한 데이터 분석 없이 무작정 접근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지요."
이 때문에 신 단장은 대구 산업의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 급하다고 했다.
"지역 1만4천여개 업체에 대한 매출액, 종업원 수, 대졸자 초임 연봉 등 기본 자료에서부터 경영·R&D·마케팅·정보화 시스템·지식서비스 등의 환경과 경영전략, CEO 사회 책임 경영 분야, 경쟁력 수준 등 총 13개 영역별로 꼼꼼히 조사할 예정입니다. 경영 및 산업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가 총망라돼 있어요.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는 처음입니다."
그는 "내년 상반기쯤 지도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기업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에 영세한 소기업들이 많은데, 관련 기관들의 지원 눈높이는 중소 이상 기업들에 맞춘다면 제대로 된 지역 경제 육성이 되겠어요? 규모별, 업종별, 분야별로 기업이 느끼는 다양한 애로사항을 알 수 있게 된다면 이에 적합한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기업 관련 지방 통계 1호
"2004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방에 대한 차별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구체적인 산업통계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어요.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정부정책을 위해 '지방 통계'의 중요성을 처음 알린 것이지요. 하지만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목 마른 우리가 나서야지요."
신 단장은 "지역의 정확한 자료나 데이터가 없이 매번 중앙정부에 '반협박' 내지 '정치적'으로 풀려고 해온 관행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며 "지방 통계를 통해 각 분야별 애로사항을 중앙정부에 제시해 논리적으로 요구하는 등 앞으로는 우리가 정부를 끌고 다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방 통계 작업을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계속해 각종 지원 정책에 대한 검증까지 할 수 있다"며 "지금껏 이러한 검증 시스템이 없다 보니 한 해 수천억원을 쏟아부어도 기업들의 만족도가 적은 비효율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점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신진교 단장=계명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박사를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사)산학연구원 사무국장과 (사)한국중소기업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7월부터 대구TP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지역산업 진흥계획 수립 및 지역 R&D 과제 발굴 등 지역 전략산업의 총괄적인 기획·평가 업무를 수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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