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발생한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 사건은 훼손된 CCTV(폐쇄회로 TV) 화면을 복원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복원 과정은 이렇다. 경찰이 화재 당일 확보한 CCTV 영상저장장치(DVR)의 하드디스크는 화재 직전인 14일 15시 23분 42초에 끝나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온·오프 정보가 표시되는 로그파일에서 이날 15시 24분 00초에 비정상적으로 화면이 꺼졌다는 기록이 나왔다. 하드디스크에 사라진 18초의 기록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
경찰은 제작업체 기술자들을 통해 15시 23분 57초까지 15초 분량의 영상자료가 존재함을 확인했으나 사건 당일 영상자료를 저장하는 도중에 전기가 끊겨 영상자료를 불러내는 데 필요한 색인파일이 없었다. 색인파일 없이 파일을 찾기란 도서관에서 등록되지 않은 책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 색인파일 재건 작업에만 4일 넘게 걸렸고, 결국 15초 분량의 영상자료가 복구됐다.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CCTV 복원 기술은 범죄 사건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은 최첨단 동영상 판독장비를 통해 훼손되거나 화질이 떨어지는 CCTV 영상을 복원해 범인 검거 및 사고 원인 파악에 이용하고 있다.
7일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증거분석실. CCTV 담당 추창우 경장이 영상증거물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추 경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개발·보급한 '과학수사 영상증거물 분석시스템'(IAP) 프로그램을 실행하니 식별이 어려운 차량 번호가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다. 방화를 목적으로 한 손에 시너를 들고 걸어가는 남성의 얼굴도 윤곽이 잡힌다. 추 경장이 "화면을 선명하게 하거나 피의자 이미지와 대조하는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IAP의 작업 범위는 다양하다. 모두 11가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영상증거물의 진위 여부(무결성검증)도 확인하고 CCTV 렌즈 특성상 굴절되는 이미지 교정(렌즈 왜곡교정)도 한다. 화면 분석에 군더더기가 되는 줄도 제거(비월주사제거)하고 화면을 선명하게 하도록 프레임의 대푯값을 지정하는 작업(프레임 평균화)도 할 수 있다. 화면 속 인물의 신장까지 잴 수 있다.
IAP에는 CCTV 화면 속 장소에서 동일 조건을 연출해 용의자와 대조하는 'CCTV 재연' 기능도 있다. 올해 초 잡힌 방화 용의자를 피의자로 지목하는 데 쓰인 기능이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가 잡힌 화면처럼 새벽 시간대에 피의자와 함께 피해자와 형사 여러 명을 같은 옷차림으로 걷게 한 뒤 원본 영상과 일일이 비교하는 고된 작업을 했다. 추 경장은 "앞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영상증거물 분석 기능"이라고 말했다.
IAP의 주 활용 분야는 교통사고 관련 증거 분석으로 전체 업무 중 60~70%를 차지한다.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다 보니 그만큼 증거로 많이 활용된다. 다음으로, 범죄용의자 차량이나 절도 차량 식별에 주로 쓰인다.
추 경장은 "영상증거물 분석시 가장 중요한 것은 원본의 화질"이라며 "영상증거물 활용이 더 많아지는 만큼 CCTV 화질 확보를 위한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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