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숨막히는 본선 조 추첨 결과를 토해낸 뒤 32개 출전국의 감독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전지훈련지를 물색하고 상대 팀들의 전력을 탐색하고 자국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생활에 접어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인 2010 남아공월드컵은 이전의 월드컵이 그랬듯이 수많은 화제와 새로운 축구 역사의 산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참신한 리더십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1986년 멕시코 고원에서 위대한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를 괴롭혔던 허정무는 20여 년이 지나 한국 대표팀의 지도자가 됐고 마라도나 역시 아르헨티나를 지휘하게 됐다. 두 사람은 2010년 월드컵 무대에서 재회하게 된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 출신 지도자가 월드컵 무대에서 창조하지 못했던 새 역사를 꿈꾸고 마라도나 감독 역시 선수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서 월드컵 정상을 노린다. 하지만 그는 축구 실력에 미치지 못하는 지휘 역량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속한 B조에는 그리스 대표팀의 유명한 감독도 있다.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이다. 다혈질의 선동가형인 그는 이미 유로 2004에서 무명의 그리스를 정상으로 끌어올려 이변의 역사를 연출했다. 그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웅크리고 있다가 빈번하진 않지만 날카로운 역습으로 강호들을 침몰시켰다. 그는 당시 그리스 대표팀 선수들을 스파르타 전사들처럼 조련시켰고 한 방을 날려줄 해결사를 양성했다. 허정무와 마라도나, 레하겔 등이 축구의 바다에서 미지의 신천지를 향해 거친 파도를 뚫고 나갈 조타수들이다. 잉글랜드의 파비오 카펠로, 브라질의 카를로스 둥가, 프랑스의 레이몽 도메네쉬 등 유명한 감독부터 온두라스의 레이날도 루에다, 뉴질랜드의 릭키 허버츠, 코트디부아르의 바히드 할리호지치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까지 모두들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월드컵 무대의 CEO들은 언제나 창의적인 전략과 전술을 들고 나왔다. 1950년대에 환상적인 브라질의 플라비우 코스타 감독이 4-2-4 전형으로 한 시대를 호령했고, 1970년대에 네덜란드의 리누스 미헬스 감독은 '토털 사커'를 주창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에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 감독과 브라질의 카를로스 파헤이라 감독 등은 3-5-2 전형의 '압박 축구'와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4-4-2 전형으로 월드컵 정상에 섰다. 1998년 프랑스의 에메 자케 감독은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 대형'으로 불리는 4-2-3-1 전형으로 세계를 정복했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세계 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충직한 태극 전사들을 강한 체력과 조직력으로 무장시켜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다.
창의적인 전략과 전술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선수들에 의해 빛을 발했다. 그라운드의 사령관들은 선수들의 기술과 능력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전술로 승리를 구가해왔다. 문제는 축구의 전략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선수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바로 달려드는 상대 수비 때문에 패스하기 바쁘게 되고 아름다운 기술을 발휘할 여지가 줄어들게 됐다. 축구 낭만주의자들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예술 축구'의 사망을 한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눈을 뗄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나타나 여전히 축구 팬들을 즐겁게 한다.
황홀한 월드컵 축구 잔치판에서 스타들의 활약과 함께 감독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감독들의 혁신적인 리더십은 축구장을 벗어나 때로 사무실과 공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드컵 무대는 아니지만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백 패스를 하지 않는 공격 지향적인 전술로 올해 K리그에서 바람을 일으켜 국제적인 주목을 모았고 그의 리더십이 경제계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의 허정무 감독이 얼마나 효율적인 '맞춤 전략'으로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할지 주목된다.
김지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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