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가 있는 여행] 마산 5味와 9景

맛보고 즐겨보자! 겨울바다의 속삭임

마산항에서 구산 가는 길은 마산에서 해안 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해안도로의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마산만의 굽이치는 해안선과 아침저녁으로 서로 다른 옷을 갈아입는 마산만의 색다른 전경을 느낄 수 있다.
마산항에서 구산 가는 길은 마산에서 해안 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해안도로의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마산만의 굽이치는 해안선과 아침저녁으로 서로 다른 옷을 갈아입는 마산만의 색다른 전경을 느낄 수 있다.
마산항에 맞붙어 마산의 맛 테마인 바다장어거리가 형성돼 있다. 장어의 부드러운 맛에다 바다의 멋과 향까지 담을 수 있다.
마산항에 맞붙어 마산의 맛 테마인 바다장어거리가 형성돼 있다. 장어의 부드러운 맛에다 바다의 멋과 향까지 담을 수 있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나들이도 힘들다. 그래서 추운 중·북부지방보다는 따뜻한 남쪽바다를 갈망한다. 겨울 남해안 여행지로는 통영, 거제, 남해, 여수 등지가 각광을 받는다. 이번 겨울 테마여행은 알려진 곳보다는 그동안 발길이 뜸했던 곳을 찾아 보는 것이 어떨까.

추천 테마여행지는 마산이다. 마산은 통영과 거제의 인기에 다소 밀려 있다. 통영과 거제에서 보낸 뒤 잠시 들러는 '지나가는 코스'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잖다. 요즘 마산은 다르다. 특히 겨울 따뜻한 '맛'이 있는 곳이며 겨울 바다의 운치도 통영과 거제의 것에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마산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번 겨울에 마산에서 9경(慶)과 5미(味)를 만나자. 9경을 둘러본 뒤 5미를 맛보아도 되고, 5미 뒤 9경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넉넉잡아 1박2일 코스다.

◆5미

마산에는 '맛'이라는 테마가 있다. 5미는 다섯 가지 먹을거리로 아귀찜, 전어회, 복어요리, 미더덕, 국화주 등이다. 마산항 주변, 시청, 어시장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테마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아귀와 복어는 겨울이 제철이다. 마산의 오동동 일대에 소복하다. 아귀요리는 마산이 원조다. 경상도 사투리는 아구인데, 음식 이름으로는 '아구찜'이 일반화됐다. 아귀는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다. 또 생긴 모양이 워낙 흉칙하고 못생겨서 재수없다고 여겨 어부들이 아귀가 그물에 잡히면 바로 버리거나 기름으로만 사용했다. 그물에 잡히면 바로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귀찜은 오래전 마산 오동동에서 장어국을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어부들이 가져온 아귀를 된장과 고추장, 마늘, 파 등을 섞어 쪘다고 해 유래됐다고 한다. 할머니가 먹어보니 맛이 괜찮아 단골 손님들에게 술안주로 권하기 시작하면서 아귀찜이 탄생했다는 것.

요즘 아귀찜에 콩나물과 미나리 등의 채소가 들어간다. 오동동에 아귀 음식점이 하나 둘 생기면서 전국으로 퍼졌고, 지금은 오동동에 30여 음식점이 아귀를 재료로 해 탕과 찜 등 다양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아구거리' 바로 인근에는 복어요리거리가 밀집해 있다. 1960년대 이전의 마산만은 청정해역으로 낙동강이 물이 흘러들어 천혜의 복어 서식지였다. 마산항 일대는 복어요리가 탄생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마산만에서 잡힌 복어는 인근 어시장에서 경매돼 전국의 일식집으로 보내졌고, 마산의 복어는 복지리, 복매운탕, 복튀김, 복어회 등의 메뉴로 개발되고,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천혜의 복어 서식지였던 마산에서 마산만의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복어 국물맛을 느껴보면 어떨까.

마산의 또 다른 별미는 '바다장어'다. 마산항을 따라 30여개의 음식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마산의 바다장어구이는 소스를 바르고 굽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속살 깊이 양념맛이 배어 있다. 살이 통통해 부드럽게 씹히고, 소스와 잘 어우러져 술안주로 제격. 특히 바닷가와 맞붙어 바다장어거리가 형성돼 장어맛에 바다의 조망과 향도 담을 수 있다.

마산에 맛거리가 형성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어시장이 테마거리와 함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시장은 마산 맛의 풍부한 공급처이자 풍경이 있는 곳이다. 동성동과 남성동, 신포동 일원의 어시장은 점포수 만2천여개로 마산 사람들의 질박한 삶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시장엔 매일 마산 앞바다와 통영, 거제 등지에서 갓 잡아온 횟감, 비릿한 생선 내음과 '아지매'들의 손님 부르는 소리가 오가는 생선가게,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지만 맛은 일품인 젓갈가게, 멸치·미역·다시마 등의 건어물가게 등의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

어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이 횟집 골목이다. 주문에 따라 즉석에서 신선도 높은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고, 투박하면서도 인정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마산의 속내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바쁜 사람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어 보기 힘든 시장 분위기지만 회라도 시켜놓고 이런저런 시장 사정을 물어보면 여행정보지 등에서 얻기 힘든 여러 정보도 들을 수 있다.

생선가게도 어시장 풍경을 압도한다. 신선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생선의 눈이 맑고, 아가미를 살짝 들쳐보면 살아있는 듯 선명한 내장이 훤히 보인다. 특히 맛 좋기로 소문나 다른 지역에서도 '진동생선'이라 하면 가격을 더 셈해 줬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진동의 생선을 살 수 있다. 진동 사람들이 밤새 잡은 고기를 새벽에 내다팔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른바 '진동골목'은 지금도 어시장에서 가장 알아주는 골목이다.

어시장은 마산의 명물인 '통술거리'도 낳았다. 오동동과 중앙동 및 두월동 일대의 신마산에 통술거리가 형성돼 있다.

통술은 어시장에서 바로 공급되는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해물 안주가 한상 통째로 나오는 술상이다. 한상에 올려지는 해물 안주는 회와 꽁치, 해삼, 아귀수육, 조개, 산낙지는 물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오징어와 주꾸미, 각종 구이와 조림 등이다. 해물 안주와 맥주 3병을 기본으로 차려지는 술상은 보통 4만원선이며 이후부터는 소주든 맥주든 술값만 지불하면 안주는 무한 공급이다.

5미 중 하나인 미더덕은 마산이 전국 출하량의 70%를 자랑한다. 향이 독특하고 씹히는 소리와 함께 입안으로 번지는 맛이 일품인 미더덕은 바다에서 나는 더덕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마산에선 미더덕회, 미더덕 회무침, 밥도둑놈이라 불리는 미더덕 회덮밥 등을 맛 볼 수 있다.

◆9경

9경은 무학산, 돝섬, 저도연륙교, 국립 3·15 민주묘지, 어시장, 시립 문신미술관, 마산항 야경, 팔용산돌탑, 의림사계곡 등이다.

761.4m의 무학산은 한국 100대 명산 중 81번째이다. 마산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무학산은 멀리서보면 학이 춤추듯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자세와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과 학의 머리인 학봉 정상은 봄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하다. 겨울에는 가벼운 산행이 가능한 산이다. 4시간 코스.

호수처럼 잔잔한 마산만에 그림같이 떠 있는 섬이 바로 돝섬이다. 돼지가 다리를 물속에 담근 채 몸채만 물위에 나타내고 있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 마산항의 겨울 밤바다 정취와 해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가 볼거리다.

마산항에서 구산 가는 해안도로는 마산에서 해안 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해안도로의 높은 곳에 차를 세워 바다를 바라보면 굽이치는 마산만의 해안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 경관이 수려한 구산면 구복리에서 저도를 연결하는 저도연륙교도 볼거리다. 특히 광케이블 조명이 설치돼 시간별·계절별로 여러 가지 색의 야간 경관을 볼 수 있다.

구암동에 위치한 3.15 민주묘지는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 부패와 부정선거에 항거해 싸우다 희생된 마산 시민들의 영령을 모신 곳이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자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추산동의 문신미술관은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작가 문신의 조각, 유화, 데생 등 29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문신의 작품은 2006년 월드컵이 열린 독일에서 전시돼 호평을 받을 만큼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양덕동 소재 팔용산의 돌탑은 등산로 주변에 돌탑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은 크고 작은 1천여개의 돌탑군이 조성돼 있다. 특히 등산객들의 사진촬영장소로 이름나 있다.

마산항은 낮에는 고기잡이배가 정박하고, 드나드는 전형적인 항구의 모습이지만 야경은 시내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마산항 야경은 팔용산에 오르거나 마산항 맞은편의 창원시 삼귀해안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글·사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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