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는 나의 인생" 茶의 달인들…이화순·이동원씨

차와 명상은 내 아픔 치유 '이화순'…취미가 직업, 중국차 달인 '

차와 명상은 내 아픔 치유,
차와 명상은 내 아픔 치유, '이화순'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취미가 직업, 중국차 달인
취미가 직업, 중국차 달인 '이동원'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차(茶). 1음절 단어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커피가 등장하면서 한때 '커피 한 잔 하실래요'가 더 많이 쓰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작업할 때 가장 무난한 멘트는 '차 한 잔 하실래요'. '차 한 잔'의 의미는 대화와 소통이다. 당신과 교감하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웰빙시대에 좋은 차 한 잔은 행복감에 젖게 한다.

차를 진정으로 즐기는 이들은 차 한 잔하러 제주도, 강원도뿐 아니라 중국, 일본으로도 원정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또 실제 차의 달인들은 귀한 차가 들어오면 관심이 많은 이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초청받은 이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먼 길을 떠난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차의 달인 두 사람을 만났다. 30년 전 명상을 시작했고, 25년 전 차를 접한 계명대 평생교육원 차와 명상 전담교수 이화순씨. 건축 인테리어를 하다가 5년 전 중국차에 심취해 대구에 '사미헌(四美軒)'이라는 중국차 전문점을 낸 이동원씨. 그는 5년 동안 꼬박 중국차 중 특히 보이차에 심취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둘은 차가 곧 인생이자 소통의 도구였다. 두 사람의 인생과 차에 대한 철학을 통해 이 시대의 차에 담긴 의미를 들여다봤다.

◆차와 명상은 내 아픔 치유, '이화순'

명상 30년, 차 25년 경력의 유빈문화원 이화순 원장. 차와 명상은 이 원장의 어린 시절 충격적인 아픔을 달래준 치유제이자 평생 이 분야 전문가로 만들어줬다. 이 원장의 나이는 지천명(50)을 조금 넘었다고 했다. 주민등록과 실제 나이가 3살이나 차이가 나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어릴 적 충격적인 아픔은 부모에게서 난 자식이 10남매였으나 다섯이 죽고 다섯이 현재 살아있는 것. 배타러 나갔다 실종돼 시신도 찾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다 물에 빠져죽기도 하는 등 별별 사고로 다섯 형제 자매들이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이 원장에게 이런 기억은 너무 생생하다.

강원도와 경북 북부에서 탄광일을 하던 아버지와 엘리트 여성이었던 서울 어머니. 아버지는 현실의 벽을 불타는 사랑으로만 극복하려 했다. 하지만 살아온 환경이 맞지 않은 탓에 어머니는 자녀 10명을 낳을 동안 '1명만 더 낳고 집나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은 어머니가 서울로 가버리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복덩이였다. 태어난 지 3년 뒤 출생신고를 하고 나니 그 뒤로는 사고없이 동생들이 잘 컸다. 이런 기억들은 이 원장의 마음을 비우게 했다. 부모가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만든 것.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가난하고 빈 마음에 '차와 명상'이 들어왔다. 이 원장은 어린 시절의 충격이 명상을 통해 치유되는 것을 느꼈고, 또 차를 통해 내 아픔과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큰 충격을 딛고 사는 탓에 '차와 명상'에 대한 깊이도 더해졌다. 20년 전 그는 '차와 명상'을 나름대로 결합시켰고, 10년 전 계명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차와 명상' 전담교수를 맡게 됐다.

이후 그동안 못누렸던 행복도 찾아왔다. 배려심 많고 이해심 넓은 남편을 만났으며, 시어머니와도 너무 잘 맞아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시댁에서도 그는 복덩어리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현재 달서구에 유빈문화원이라는 건물도 갖고 있다. 1층은 연빈재로 차와 건강음식 체험관이며 2층은 유빈 차명상예절 교육원, 3층은 유빈 심리행복명상 교육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계명대 차와 명상 동아리인'차명상 둥지'(http://cafe.daum.net/Manner85)도 이 원장이 만든 큰 보람 중에 하나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보람과 함께 봉사활동을 통한 가슴 뿌듯한 기쁨도 있다. 이 동아리 회원들은 품행도 방정할 뿐 아니라 미모도 뛰어나고 성적도 학점 4.0에 가까울 정도로 모범생들이다. 동아리 회장은 통상학과 4학년인 안지은씨가 맡아 이 원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의 미국 방문 기간 중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진행한 한국전통 찻자리 행사에 차와 다구를 제공해줘 뉴욕총영사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 원장은 "차와 명상은 제 인생의 동반자이자 제 아픔을 치유하는데서 더 나아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취미가 직업이 된 중국차 달인 '이동원'

중국차 5년 경력으로 무슨 달인이냐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학습능력과 깊이는 사람마다 다른 법. 사법고시를 2년 공부해서 합격할 수 있듯 10년해도 합격하지 못하는 것, 20년 만에 겨우 합격하는 경우 등 각양각색이다.

올해 차경력 5년 만에 대구 남구 대명3동에 중국차 전문체험점'사미헌'을 개업한 이동원(51)씨. 이씨는 굳이 비유하자면 2년 공부해서 사시 패스한 쪽이다. 엄청난 집중력과 투자로 중국 보이차에 관한 한 정설을 새롭게 정립할 정도로 파고 들었다. 여기서 잠깐 딴길로 새면 이씨의 큰딸 나영씨가 경북대 법대를 졸업하고 올해 사법고시에 최종합격했다.

다시 본길로. 이씨는 계명대 건축학과 76학번으로 원래 예술가 타입의 인테리어 전문가다. 타고난 미술적 재능에 미적감각까지 지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인테리어 업계에서 알아주던 마이다스의 손이었다. 실제 대구에선 아직도 그의 손을 거친 굵직한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업계에서 쌓은 20여년간 내공을 쏟아부은 달성군 냉천의 전원주택 단지가 당초의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중단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이 아쉬움은 중국차가 대신 자리를 차지했다. 5년 전 지인을 통해 중국 보이차를 접하게 되면서 시쳇말로 필(Feel)이 왔다. '아! 이거 매력있다. 괜찮네.'

폭포수처럼 그는 중국차에 빠져들었다. 중국의 6대차(색깔별로 백·황·청·홍·흑·녹차)부터 시작해 오묘한 보이차의 세계에 발을 푹 담근 것. 각종 진귀한 다구들에도 관심을 가져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다관(차 주전자), 숙우(물 식힘 그릇), 차호(차 담아두는 단지), 개탁(다관뚜껑 받침대), 잔탁(찻잔 받침대) 등을 구입했다.

5년 동안 중국차와 관련해 투자한 돈만 5억원. 그는 중국에 한번 가면 1주일 이상 머물며 이곳저곳에서 5천만~7천만원어치 정도의 차를 직접 주문하거나 사서 들고 들어왔다. 진귀한 보이차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밀림 속을 찾아가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중국 운남성 일대에 있는 보이차 집단생산지인 경매산, 남라산을 다녔왔으며, 맹해차창과 두기차장도 직접 찾아갔다.

그는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 일대 20대 차산(1개 차산이 지리산보다 몇배 이상의 규모)에서 생산되는 차가 보이현에 모여 차마고도 등을 거쳐 필요한 곳으로 간다"며 "보이차는 그 깊이와 넓이가 단일 차로는 전 세계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밝혔다.

보이차는 청차(자연 그대로)와 숙차(인공 발효)로 구별되는데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청차와 경우 5년, 10년이 무섭다. 자연발효되면서 그 가치는 수십배 이상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기 때문. 이씨가 갖고 있는 보이차 역시 현재 재테크가 진행 중이다. 적어도 2배 이상은 올랐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그는 벌써 중국차 전문가 중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자신보다 경력이 더 오래된 이들을 이끌어준다. 카페 동아리(http://cafe.daum.net/samihun)도 만들었고, 매달 동호인들의 오프라인 모임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씨는 "중국차 특히 보이차는 워낙 이설이 많고 내로라는 전문가들이 많아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지만 다 오픈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저 역시 아직 배우는 단계라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 차 관련 고문이나 각종 서적을 사전을 찾아가며 하루 몇시간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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