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먼후일(김정식)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김정식(소월)의 「먼후일」을 손석우가 작곡하고 김성옥이 부른 노래를 들었다. 노랫말의 2연은 원시에는 없지만, 손석우가 삽입한, 손석우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후렴구이다. 가요에서 후렴은 손석우가 1950년대 후반 처음 시도한 것이다. 역시 손석우가 작곡한 소월의 「초혼」과 연속해서 듣는다. 60년대 10인치 모노판에 실린 이 두 곡의 앨범을 구할 수가 없어 결국 음원만 구해 시디로 녹음해서 듣곤 한다. 확실히 소월의 노래는 음악으로 들을 때 절실해진다. 소월의 음악성은 평안도 북방 언어의 특성이 아니라 한반도 지형과 역사의 언어적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게다가 단순한 과거형이 아니다. 미래형의 노랫말은 과거형의 상투성에서 벗어나 더한 간절함과 애절함을 가진다. 이러한 모더니즘 부분이 손석우가 이 시에 눈길을 주었던 이유일 것이다. 팝의 음률이 가미되고 김성옥이 절제하되 쉽게 풀어지지 않고, 애절하되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끌어간 소월의 이 두 편의 시는 들어도 들어도 다시 듣고픈 노래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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