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매 실종 할머니 구조 3시간만에 해치웠죠, 멍∼멍∼"

전국 119구조견 경진대회 1등 경북도 소방본부 소속 '비전이'

경북도내 유일한 인명구조견인
경북도내 유일한 인명구조견인 '비전'이 의성소방서 견사 뒤 훈련장에서 핸들러 박근배 소방교와 함께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지난해 11월 영천의 한 야산에서 치매 할머니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500명을 동원해 사흘간 할머니를 찾아 헤맸지만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경상북도소방본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즉시 인명 구조견 '비전'(3·독일산 셰퍼드 수컷)이 현장에 투입됐다. 비전은 수색 3시간 만에 할머니를 찾아냈다. 소방본부에 배치된 지 한 달도 안돼 거둔 첫 활약이었다.

비전은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경기 용인에서 열린 119 구조견 경진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산악수색 및 붕괴물 수색 등 4개 종목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비전의 '숙소'와 '훈련장'은 의성소방서에 있다. 훈련장에서 직접 지켜 본 비전은 정제된 동작으로 소방관의 손짓과 말에 집중했다. 간단한 손짓에 엎드렸고, 달렸다. '핸들러'(Handler)로 불리는 박근배 소방교는 "잘했어"라는 말과 함께 고무 재질의 공을 입에 물렸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훈련 내내 34kg의 덩치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떼를 쓰거나 무는 개는 현장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1주일에 4번 정도 하는 훈련도 모두 복종을 위한 것입니다." 핸들러는 말 그대로 '조정하는 사람'. 인명 구조견은 후각이 강한 반면 시각이 약하다. 개보다 시각이 강한 사람, 핸들러의 조력은 산악수색이 주업무인 인명 구조견에게 필수다. 그만큼 호흡이 중요하다. 의성소방서에는 비전의 박 소방교와 '세력'의 권재덕·박성훈 소방교 등 3명이 핸들러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16명이 지원한 핸들러 선발시험에 뽑혀 인명 구조견과 함께 일한다. 인명 구조견 조련을 위해 4주간 친화교육과 핸들러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인명 구조견과 함께한다. 사무실도 견사에 있다. 견사 안에는 가로 1.5m, 세로 3m 크기의 방 3칸과 인명 구조견 전용 샤워실이 있다. 1억5천만원이 들었다고 하니 사람으로 치면 특급호텔인 셈이다.

지금까지 비전의 출동건수는 모두 27건. 이 가운데 7건을 완벽히 처리했다. 실종자나 사체를 찾는 과정에서 인명구조견의 활약은 대단하다. 비전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배 뛰어나다고 한다.

그러나 인명구조견 수색에도 한계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풍향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바람이 냄새를 싣고 와야 후각이 반응하는데, 바람이 없다면 허사다. 또 후각의 범위가 1km를 초과하지 못해 대강의 위치가 파악돼야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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