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될까

정부의 수정안 발표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들도 상당하다. 한나라당내 친박계는 물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권이 원안(9부2처2청 이전)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수정안을 담은 법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정부가 수정안 발표를 백지화 하더라도 친박계와 민주당 등이 정치적 이득을 얻을 게 별로 없고 오히려 불리해질 개연성도 있다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지 않을까?

원안 추진일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는 충청권에서 지지기반을 확산할 수 있으나 부처이전에 부정적인 수도권에서는 거센 비난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영남권에서도 여권 분열의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는 등 우호적인 여론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역시 충청권과 호남권에서는 세를 다질 수 있으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에서 고전할 지 모른다. 결국 친박계와 민주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해도 정치적으로는 이득을 자신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나라당도 수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실패함으로써,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난여론을 피하기 어려운데다 수도권 반발도 예상돼 정국 주도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정파들간 타협의 여지가 있으며, 원안보다 수정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한 대타협도 모색할 수 있겠다. 그러나 원칙주의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로서는 충청권 여론이 크게 호응하지 않는다면 적잖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다른 정파들 역시 강경론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타협안을 모색하는 만큼이나 명분 쌓기에 공을 들여야 한다.

타협안으로는 ▷부처이전을 백지화하되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화, 상당한 지역발전특혜 부여(1안) ▷부처이전을 백지화하되 다른 지역의 반발을 의식, 지역발전특혜 하향 조정(2안) ▷원안보다 적은 수의 부처를 이전하고 지역발전특혜 하향 조정(3안) 등이 있을 수 있다.

1안에 대해서는 충청권이 우호적일 것으로 전제하더라도, 한나라당과 친박 측은 야권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 충청권에서는 여론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텃밭 영남권은 물론 강원'호남권에서도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도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다. 지방선거에 비상이 걸리는 셈이다. 친박계는 여권분열에 따른 비난까지 받을 경우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할 때는 친이계와 친박계 간 책임 공방전도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충청권에서 여권에 비해 손해볼 게 없는 만큼, 이 지역을 둘러싸고 각 정파들간 세력전이 치열해질 것이다.

2안일 경우 한나라당과 친박계'민주당'자유선진당 모두에 대해 충청권 여론이 1안보다 나쁠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친박 측은 영남권과 수도권 등에서, 민주당은 호남권과 수도권 등에서 여론이 나아질 수 있다.

3안일 경우 한나라당과 친박계는 2안과 비교, 충청권에서 나아질 수 있으며 영남권'강원권에서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도권에선 반발이 특히 친박계 쪽으로 더 커질 수 있다. 민주당도 충청권이나 호남권에서는 건재할 것이지만, 수도권에선 어려운 처지가 될 것 같다.

이 같은 관측들은 물론 정부안이 발표되기까지 남은 20여일간의 여론 향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각 정파들간의 뜨거운 여론전을 예고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을 진원지로 하는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서봉대 정경부 차장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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