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사회적기업을 찾아서](6)장애인 사회적기업

"잘될까?"편견 맞서 꿋꿋하게 장애인 자활 도와

베네스트는 정신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7년 설립된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사진은 천연 비누를 만드는 모습. 베네스트 제공
베네스트는 정신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7년 설립된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사진은 천연 비누를 만드는 모습. 베네스트 제공
행복한 피자는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이 피자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피자를 만드는 모습. 행복한 피자 제공
행복한 피자는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이 피자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피자를 만드는 모습. 행복한 피자 제공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건 쉽지 않다. 사회의 편견과 맞서야 하고, 스스로의 능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장애인 사회적기업은 장애인의 자립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수익을 목표로 하는 작업과 자립을 위한 직업 교육이 사업장에서 함께 이뤄지고 있다.

◆베네스트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다. TV 드라마에서는 철창을 사이에 두고 환자복을 입은 채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의 정신장애인이 등장한다. 때론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정신장애인을 완력으로 제압하는 부정적인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직원 31명 중 28명이 정신장애인으로 구성된 예비 사회적기업 베네스트를 방문하면 이 같은 편견은 보기 좋게 깨진다. 베네스트 이원구(28) 직업재활팀장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우울증이나 정신분열 증세를 가진 정신장애인들도 약물 치료만 잘 하면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7년 설립된 베네스트는 정신장애인들이 압화(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 제품과 천연 비누를 만드는 기업이다. 잉크 충전 사업도 하고 있다. 당초 16명이 일을 하다가 지난해 10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으면서 31명까지 고용을 늘렸다. 압화 제품과 천연비누를 만드는 사업의 경우 초기에는 기술 디자인 부족과 영업에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온·오프라인으로 판매망을 확충하고 있다. 또 대량 생산이 아닌 수작업으로 만드는 덕분에 희소성과 고품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잉크충전 사업은 잉크 카트리지나 토너의 잉크를 사용한 뒤 버리지 않고, 잉크를 다시 채우고 부품을 교환한 뒤 새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다시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친환경 자원 재활용 사업으로도 불린다. 이 팀장은 "재활용 잉크지만 강한 흑색과 생생한 컬러를 구현해 새 제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자랑했다. 두 사업을 합쳐 월 매출액이 2천~3천만원정도다.

베네스트는 특히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취업률이 가장 떨어진다. 고용주들의 편견 때문이다. 취업경쟁률이 60대1에 이른다는 것이 이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취업 욕구는 강하지만 실제 취업이 가능한 정신장애인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베네스트는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공공 사업도 하고 있다. 남구 봉덕동과 대명동 일대의 기초생활수급자와 취약 가정에 무료로 프린터 및 컴퓨터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고, 프린트 잉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정신보건센터, 사회복지시설, 병원 등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여가 활용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공공사업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 팀장은 "정신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고, 정신장애인이 취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피자

'행복한 피자'는 피자만 배달하지 않는다. 행복도 함께 배달한다. 행복한 피자에 주문하는 고객들은 피자만 먹는 것이 아니다. 행복도 함께 먹는다. 행복한 피자에 근무하는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들은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들에게 '피자=행복'이다.

예비 사회적기업인 행복한 피자에 근무하는 직원 11명 중 지적장애인이 4명, 지체장애인이 2명, 고령 취약계층이 2명이다. 서은주(41·여) 대표는 "장애인과 취약계층에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행복한 피자는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사회복지법인 '해솔' 원장이던 서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사회 적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유소, 급식소, 음식점, 세차장 등에 일자리를 주선했다. 하지만 업주와 고객들의 선입견과 장애인 스스로 적응이 쉽지 않은 탓에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가 장애인 한명이 피자가게에서 재미있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일이 까다롭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재미가 있어 장애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07년 12월 포항 환호동에 150㎡(45평) 규모의 가게를 얻었고, 장비는 주변의 협찬을 받아 행복한 피자를 차렸다. 그러나 매출액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교사와 자원봉사자 4명이 함께 일을 시작했고, 장애인 10명이 교육을 받았다. 배달은 장애인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다녔고, 밀가루 반죽과 야채 다듬기 등 간단한 일에 장애인을 동참시켰다. 장애인에게는 직업교육인 셈이었다. 주변 아파트와 상가에 다니며 홍보 활동도 열심히 했다. 서 대표는 "처음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이 절반씩이었다"며 "하지만 월 매출이 100만~200만원에 불과해 임대료와 재료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008년 12월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으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장애인들도 일이 손에 잡히면서 올 4월부터 매출액도 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포스위드, ㈜포스콘, ㈜화남테크, ㈜롤앤롤, ㈜유일 등 포항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행복한 피자를 주문하면서 매출액 증가에 큰 도움을 줬다.

행복한 피자는 도움만 받지 않는다. 매출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남았을 때는 주변의 아동센터에 과감하게 기부하기도 한다. 또 소년소녀가장 가정에 무료로 피자를 전달하기도 한다.

서 대표는 "규모는 작지만 내실을 다져 매출로 승부를 걸겠다"며 "내년에는 포항 남구에도 가게를 열어 장애인들을 더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피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하며 포항 시내 전역에 배달이 가능하다.

문의)054-2828-113.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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