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 전세버스 관리·감독 '수박 겉핥기'

전세버스에 대한 대구시의 관리·감독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세버스는 운전 미숙이나 정비 불량에 의한 대형 교통사고 가능성이 크나 대구시의 관리·감독은 수박 겉핥기식에 그쳐 제2, 제3의 경주 관광버스 참사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에 신종플루까지 겹치면서 대구경북 관광버스 업계에 운전기사 임시 고용이 줄을 잇고 있지만 안전교육 및 무자격자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해마다 실시하는 전세버스 운영 실태 점검조차 서류만 검토하는 '점검 날조'가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교육·단속 없는 임시 고용직

18명을 숨지게 한 경주 관광버스 운전기사 권모(56)씨는 경찰조사 결과 3개월 전 대구 북구 K사가 일용직으로 고용했고, 운전정밀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사업용 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무자격자였다.

경찰 및 대구경북 관광버스 업계는 "K사 등 전세버스 업체들의 버스 가동률은 연평균 50%선에도 미치지 못해 운전기사 상시 고용이 힘들다"며 "이 때문에 성수기나 일감이 생길 때마다 일용직을 고용하고 있지만 임시 운전자에 대한 안전교육이나 자격 검증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 고용된 기사들은 운전 및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권씨 경우처럼 업체가 무자격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알고도 모른 체한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무자격자는 ▷운전정밀검사 부적합 판정자 ▷운전정밀검사 미응시자 ▷운전 중 중상 이상의 사고를 내 특별 교정 교육대상인데도 이에 응하지 않은 자 ▷1년 이상 대형차량 운전 경력 미소유자 등을 말한다.

그러나 임시 고용 운전자에 대한 대구시 지도·점검은 전무한 실정이다. 실제 차량 관리, 보험가입, 안전장치 등 대구시가 매년 실시하는 45가지 지도·점검 사항 가운데 무자격 단속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제주도가 도내 전세버스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지도·점검에서는 무자격자를 비롯한 광범위한 실태 조사가 이뤄졌다. 제주도는 전세버스조합 및 교통안전공단과 공동으로 합동 조사를 실시했고, 전세버스조합 측은 운전자 자격 요건 적정 및 정밀검사 여부, 운전자 실명제, 교통사고 조치상황 등 종사원관리 및 안전운행 부문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였다.

제주도는 또 일용직에 대한 안전운전 교육이 전혀 없는 대구시와 달리 임시 고용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안전교육 이수제도'를 도입,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날조' 점검

대구시의 경우 전세버스 업체에 대한 정비 불량 점검조차 날조되기 일쑤다. 제주, 인천, 경기, 충청, 울산 등 대부분의 광역 지자체가 교통안전공단, 전세버스조합과 합동조사를 벌이고 있는 반면 대구시의 지도·점검은 기초자치단체별로 그때그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시 45가지 점검 사항 가운데 구·군청 담당자가 소화할 수 없는 항목은 18가지나 된다 . '속도제한기 미장착·미작동 차량' 같은 안전장치 점검은 교통안전공단 등 전문가의 도움 없이 조사하기 불가능한 것이다.

올해 지도·점검을 끝낸 구청 관계자들은 "나머지 27개 항목조차 회사 장부나 서류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 나가면 버스가 없다. 버스가 영업중인 이유도 있지만 차고지에 차를 세워놓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는 지입차주가 70% 이상인 전세버스 업계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지입차주 대부분은 정해놓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지 않는다. 20년 경력의 한 전세버스 기사는 "지입차주 대부분은 집과 가까운 공터에 주차한다"며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여서 이동이 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전세버스 업체는 48곳, 1천650여대의 전세버스가 등록돼 있지만 80%에 가까운 1천200여대가 지입차량이라는 게 전세버스 기사들의 설명이다.

결국 점검 대상 차량이 현장에 없음에도 전세버스 운영·점검은 어떻게든 한 것으로 돼 있어 '점검 날조'가 공공연하게 이뤄진 셈이다. 다른 구청 관계자도 "하나마나한 점검이지만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엉망진창"이라며 날림식 현장 점검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지사 장상호 안전지도교수는 "전문가와 업계를 포함시킨 체계적 지도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전세버스 업계에 경각심을 일깨워 대형사고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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