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물동∼진밭골 4㎞, 등산객들 안전사고 '아슬아슬'

대구대공원 내 진밭골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진입도로는 십수년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0일 진밭골 진입로에서 한 산악자전거 동호인이 마주 오는 차량을 가까스로 피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대공원 내 진밭골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진입도로는 십수년째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0일 진밭골 진입로에서 한 산악자전거 동호인이 마주 오는 차량을 가까스로 피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서 진밭골까지 이어지는 진입로. 승용차를 타고 도로 확장과 주차장 공사 중인 구간을 지나 진밭1교를 건너자 폭 3, 4m의 좁은 도로가 굽이치며 이어졌다. 도로는 차량 2대가 교행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길가는 가파른 비탈로 이어져 아찔하기까지 하다. 울퉁불퉁 포장된 길에서 산악자전거 동호인, 등산객들과 마주쳤다. 아슬아슬하게 곡예운전을 하며 비켜가기를 수차례. 한 산악자전거 동호인은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지만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성구 범물동 대구대공원 내 진밭골을 찾는 이용객들이 늘고 있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진입로가 십수년째 방치돼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16년째 공원부지로 묶여 도시계획 제외

도로 확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건 이 일대가 16년째 대구대공원 부지로 묶여 있는 탓이다. 대구시는 1993년 12월 수성구 욱수동과 삼덕동, 진밭골 등 일대를 대구대공원 구역으로 고시한 데 이어 1997년 3천850억원을 들여 대구대공원을 구름골지구, 외환들지구, 백련사지구, 진밭골지구, 봉암골지구 등 5개 지구로 나눠 개발하는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구시립미술관이 들어서는 삼덕동 외환들지구에만 250억원을 들여 주차장을 조성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2005년 관련법 개정으로 기능과 주제에 따라 공원 개발 예정 구역만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도록 바뀌면서 외환들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구는 공원 구역엔 포함되지만 도시계획시설에서는 제외됐다.

◆주민들 극심한 불편 호소

공원 부지로 지정만 된 채 개발이 십수년째 늦어지면서 주민들은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진밭골에는 20여가구가 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고, 20여명의 학생들은 매일 차를 이용해 통학을 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길이 얼어붙거나 눈이라도 오면 차량통행이 아예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3, 4일분의 비상식량까지 비축하는 처지다. 주민들은 사비를 털어 차량 교행이 가능하도록 도로 곳곳에 여유공간까지 마련했다.

주민 이성진(47)씨는 "주말에 진밭골을 찾는 산악자전거 동호인들만 200~300명에 이르고 야간 등산객도 많다"며 "사고 위험 때문에 등산객들에게 밝은 색깔의 옷을 입으라고 충고하다가 말다툼을 벌이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용 인구 늘지만 대구시는 팔짱만

안전사고 우려와 주민 민원이 거듭되자 수성구청은 범물동~진밭1교까지 1.1㎞ 구간에 32억원을 들여 내년 6월까지 폭 10m 도로로 확장하는 한편, 10억원을 투입해 69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대구대공원 부지 내에 속한 진입로 2.9㎞ 구간은 대구시 관할이라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성구청이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폐교된 지산초교 범물분교를 활용해 '청소년 문화의 집'으로 조성할 계획이어서 이 도로 확장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수성구청은 14억원을 들여 2011년 상반기에 진밭골 범물분교 등에 북 카페와 문화창작방, 다목적 홀 등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확장에 들어가는 사업비 80억원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연차적으로 차량 피난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길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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